(기자의 눈)영끌매수와 기본주택
2021-01-29 06:00:00 2021-01-29 06:00:00
오늘도 아내는 스마트폰으로 서울 아파트값을 체크하고 친구들과 부동산 시세 정보를 공유한다. 저녁을 먹을 땐 어느 지역의 아파트를 사야 하는지 잔소리를 시작한다. 이런 모습은 요즘 2030세대엔 일상이다. 국민의 관심이 아파트로 쏠린 지 오래지만, 이젠 있는 돈 없는 돈을 다 동원하고 '영혼까지 끌어모은다'는 '영끌매수'라는 말도 나왔다. 미친 듯 값이 오른 아파트를 사지 못하는 상실감을 반영한 현상이다. 
 
정치권이 연일 부동산문제 해결을 역설하는 것도 시장 과열과 국민의 불안감을 의식해서다. 서울시장에 도전한 후보들은 반값아파트와 공공주택 확대 등을 최우선 공약으로 내놨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제시한 기본주택도 화제다. 무주택자 누구나 나이와 소득 등에 관계없이 30년 이상 살 수 있는 아파트를 역세권 등에 짓겠다는 정책이다. 지난 26일 경기도 기본주택 토론회엔 50명의 국회의원들이 공동주최자로 나섰고, 여권 서울시장 후보인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우상호 의원까지 참석해 기본주택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기본주택은 유력 대선주자가 주창한 정책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지만, 그보다는 이 정책 자체가 많은 화두를 던지고 있다. 기본주택은 국민이 주택을 소유하도록 하는 방식으로 부동산정책을 추진하는 게 아니라 집을 전기나 물 같이 보편적 공공서비스로 제공해야 한다는 발상이다. 사실 정부도 수십년 동안 수백만채의 공공 임대주택을 지었다. 하지만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일반분양으로 전환됐고, 결국 공공 임대주택은 또 하나의 로또로 변질됐다. 정부의 공공 임대주택 보급은 시장에 집값 안정화라는 '시그널'을 주는 데 실패했다.
 
급격한 부동산가격 상승을 제어하기 위해 이 지사가 제안한 건 30년 이상 거주와 토지임대부 분양 분양형 주택이다. 말 그대로 토지는 국가가, 거주민은 아파트만 갖는 것이다. 토지 불로소득에 따른 시세차익이 차단, 부동산을 투기 수단으로 쓸 수 없게 된다는 게 기본주택을 고안한 사람들의 구상이다. 또 기본주택 모델을 대량으로 공급해 보편적 주거유형이 되면 집 사는 데 '영혼까지 끌어모으는 일'도 줄 것이라는 설명이다.
 
물론 기본주택 정책은 아직 거칠다. 구체성이 부족하고 대중으로부터 표를 얻으려는 포퓰리즘이라는 말도 나온다. 하지만 무조건 부동산을 띄우거나 집값을 무조건 억제하려는 게 아니라 주거를 보편적 서비스로 접근해 시장을 진정시키려는 논의는 환영할만 하다. 영끌매수는 공포와 불안에 따른 매수를 촉발하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부동산가격이 폭락하면 경제엔 더 큰 충격이 올 수 있다. 서서히 아파트값을 하방 안정화하는 연착륙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기본주택의 화두를 정책적으로 선순환시키는 정치권과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
 
최병호 사회부 기자(choibh@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
인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