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범 기자] 간혹 아이와 어른의 경계선을 허물어 버리는 강요를 받기도 한다. 이건 좋은 의도에서건 나쁜 의도에서건 모두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알 수 없다. 길은 가봐야 그 끝에 뭐가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래서 삶도 마찬가지다. 살아봐야 알 수 있는 것이고, 살아봤기 때문에 아이와 어른의 구분이 용이한 것이다. 아직 살아가고 걸어가야 할 길이 너무도 많은 어린이, 그리고 반대로 살아왔고 걸어온 길이 많은 어른. 삶은 먼저 살아온 어른이 가르친다고 해답이 아니고, 살아갈 아이가 좀 더 순수한 시선으로 바라본다고 깨끗한 것도 아니다. 그래서 삶은 그 자체로 소중하고 아름답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소울’은 이 지점을 얘기하는데 국내 관객들에게 어떤 의미를 전달할지는 의문이다. 삶을 바라보는 관점과 시선의 차이 그리고 어른과 아이의 시선에서 바라본 삶의 차이, 결국 서로의 삶에 동화되는 삶의 본질이 이 영화를 바라볼 어른과 아이의 시선에 오롯이 같은 ‘결’로 다가서게 될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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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연출을 맡은 피트 닥터 감독은 픽사 애니메이션 히트작 대부분을 만진 탁월한 테크니션이다. 국내와 전 세계에선 ‘몬스터 주식회사’ ‘업’ ‘인사이드 아웃’ 연출자로 유명하다. ‘인사이드 아웃’이 전 세계적 인기를 끈 비결이라면 ‘기상천외’란 단어로는 한 없이 부족했던 독창적 세계관에 있다. ‘소울’은 북미 지역에서 ‘인사이드 아웃+코코’란 호평을 받고 있지만, 이 호평을 반대로 해석하면 세계관 그리고 스토리 독창성은 그리 뛰어나진 않단 얘기도 된다. 오히려 ‘재즈’ 그리고 멘토와 멘티 형태 두 캐릭터 조합 등이 기존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스토리 전개 방식과는 좀 다른 지점에서 출발하는 인상이다. 다분히 교훈적이고, 지극히 동어 반복적이다. 더욱이 이 영화 서브 테마는 ‘재즈’다. 지극히 마니아적 음악 그리고 어린 관객들을 포함한 전 세대 관객 층 타깃 애니메이션에서 쉽게 납득하기 어려운 소재다. 분명 이런 지적 자체가 국내 시장에 국한된 점이란 전제로 출발한다.
영화 '소울'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주인공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는 중학교 밴드부 비정규직 교사다. 지루하고 별일 없는 하루의 수업 시간, 그는 정규직 교사 임용 제안을 받는다. 하지만 기쁘지 않다. 들뜨지 않는다. 그의 꿈은 재즈 피아니스트였기 때문이다. 지금 걸어가는 길과 자신이 걸어가야 할 길이 너무 달랐다. 현실과 이상의 충돌 속에서 우연히 그는 꿈꾸던 클럽 재즈 밴드 오디션 기회를 잡는다. 그리고 꿈이 현실이 된다. 오디션 통과, 그리고 바로 저녁 공연에 밴드에 합류하게 된다. 하지만 인생사 새옹지마다. 오디션 합격의 순간도 잠시다. 불의의 사고를 당한다. 뉴욕의 어느 길을 걷던 가드너는 눈을 떴다. 단 한 번도 본적 없는 이상한 세상. 그리고 자신이 이상하다. 영혼이 됐다. 그는 죽었다. 천국으로 가는 길 한 가운데에서 눈을 뜬 것이다. ‘이렇게 죽을 수는 없다’며 그는 발버둥을 친다.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 떨어진 가드너. 그곳은 어린 영혼들이 ‘인간으로 태어나기 전’ 잠시 머무는 세상이다. 그곳에 있는 어린 영혼들은 각각의 성격을 부여 받고 지구로 떨어진다. 인간으로 태어날 기회를 부여 받는 것이다.
어린 영혼들 가운데 뜻밖에도 태어날 생각이 없는, 지구로 향할 마음이 없는 영혼 22(티나 페이). 그리고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지구로 가야만 하는 또 다른 영혼 가드너. 가드너는 22의 멘토가 된 채 지구로 향할 좌충우돌 모험을 떠난다. 그 모험 속에서 22와 가드너는 삶 그 자체의 소중함에 대해 배우게 된다.
영화 '소울'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은 다분히 교훈적이고 교육적이다. 그리고 철학적 관점이 높다. 하지만 이런 관점을 애니메이션 특유 상상력과 화법으로 풀어낸 방식이 사실 디즈니-픽사의 진짜 힘이다. ‘인사이드 아웃’ 성공이 단적이다. 영화란 매체 안에서 상상의 경계선을 넘어선 그 이상을 만들어 낸 기획이 판타지 영역을 현실로 끌어 내 버리며 마법을 선사한다.
‘소울’은 사실 단편적이다. ‘인사이드 아웃’ 그리고 ‘코코’의 장점을 뒤섞은 듯한 세계관은 창의적이라기 보단 익숙함이다. 영혼의 의인화, 사후 세계 융합은 더 이상 특별함은 없다. 무엇보다 삶에 대한 유연한 태도, ‘참된 인생’ ‘인생을 빛나게 하는 목표’ 등은 디즈니-픽사를 통해 기대한 ‘특별함’에서 크게 앞선 지점을 느끼게 하지 못한다. 콘크리트 가득 차갑고 땀내나는 시큼한 뉴욕 뒷골목 그리고 클럽 안 곰팡이 냄새까지 스크린에 투영될 정도의 비주얼 완성도를 언급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사후 세계의 몽실거리는 촉감이 그대로 전해지는 표현력이 ‘소울’의 히든 카드도 아니다. 그래서 ‘소울’이 담아 낼 ‘스토리의 특별함’이 더 기대가 됐는지도 모른다.
영화 '소울'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한 사람의 내면을 온전한 우주로 표현해 낸 ‘인사이드 아웃’ 확장성을 ‘소울’과 비교한다면 상당히 과분한 평가는 아닐까 싶다. 반대로 사후 세계를 통한 삶의 성찰을 끌어 내는 철학적 개념으로 끌고 간다 해도 ‘소울’의 힘은 분명히 떨어지는 지점이 많다. ‘코코’의 세계관이 ‘소울’보단 확장과 창작의 개념에서 더 강력하게 다가올 뿐이다.
결과적으로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전매특허인 ‘세대를 아우르는’ 힘의 크기가 떨어지는 느낌이 강하다. 이런 결과와 해석은 삶의 관점을 바라볼 수 있는 성인 남성을 주인공으로 한 ‘소울’의 기획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무리는 아닐 듯싶다. 공감의 확장에서 한계가 분명해 진다.
영화 '소울'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애니메이션이 어린 관객의 전매특허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애니메이션 자체가 태생적으로 어린 관객을 타깃으로 한 특수 장르라면 ‘소울’의 선택은 분명 애매한 지점이 많다. 어른의 시각에서 어른의 관점으로 바라본 삶의 성찰은 ‘세대를 아우르는’ 디즈니-픽사 애니메이션 주제와 흐름에서 분명 많이 벗어난 느낌이기 때문이다.
‘소울’의 완성도가 떨어진단 지적에는 분명 반대다. 하지만 ‘소울’이 디즈니-픽사의 또 다른 대중성 그리고 또 다른 창작과 판타지 확장을 이뤄냈단 평가에는 물음표를 남기고 싶다.
영화 '소울' 스틸.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소울’의 질문과 길라잡이가 국내 관객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는 있을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할 것 같은 이유다. 개봉은 1월 20일.
김재범 대중문화전문기자 kjb5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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