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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가 바꿔버린 2020 대한민국)증시 큰손 된 개미, 경제 정책까지 바꿨다
투자예탁금 63조 2.4배 폭증…양도소득세·공매도 제도 개편 관철
2020-12-30 06:00:00 2020-12-30 08:03:32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 10년 가까이 은행 예금·적금만 했던 주부 문모씨(34) 씨는 지난 10월 처음으로 증권 계좌를 개설했다. 적금 만기 후 재예치 하려다가 예금 이자가 너무 적다가 생각해 뒤늦게 주식투자로 눈을 돌렸다. 주식이 처음이고 오래 묻어 놓을 돈이라 증시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샀다. 문씨는 "주가가 많이 오른 상태라 너무 늦게 시작했나 싶었는데 수익률(12월29일 기준)이 21%에 달한다"며 "앞으로 제대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올해 증시에 뛰어든 개인투자자(개미)들은 문씨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물가 상승률을 빼면 사실상 마이너스 금리인데다 부동산 가격은 폭등하면서 주식 투자로 눈을 돌렸는데,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둔 경험이다. 수많은 개인은 올해 본격적으로 주식 공부를 시작했고, 국내 증시를 이끄는 명실상부한 큰손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증시대기자금 성격인 투자자예탁금은 이날 현재 63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달 들어 평균 예탁금만 62조3039억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고 이는 지난해 말 평균인 25조7306억원과 비교하면 2.4배나 늘어난 수치다.
 
올해 초 하루 평균 예탁금은 28조3000억원에 불과했으나 지난 3월 37조원으로 껑충 뛰었고 8월에는 50조원을 넘어섰다. 당장 증시로 유입될 수 있는 실탄이 매달 늘어 60조원을 웃돌고 있는 것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지난달 26일 사상 최대치인 63조2349억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증시의 주도 세력으로 등장한 '동학 개미'의 힘은 주식 양도소득세·공매도 등 주식시장 관련 정책들의 변경으로도 이어졌다.
 
올해 개인 투자자의 요구로 바뀐 대표적인 정책은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 변경이 꼽힌다. 당초 기획재정부는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이 되는 대주주 요건을 종목당 보유 금액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낮추고 내년 4월부터 시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양도소득세 부과 회피를 위한 주식 매도 물량 급증 등 부작용을 우려한 개인투자자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혀 유예되기도 했다.
 
이 밖에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을 2000만원에서 5000만원으로 올리고, 징수 주기를 매달에서 반기로 연장, 주식형 공모펀드 5000만원 기본공제 적용 등도 모두 개인투자자들이 정부를 상대로 관철시킨 사례다.
 
주식시장에서 ‘기울어진 운동장’의 주범으로 지목된 기관투자자의 공매도를 대폭 제한하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최근 미니코스피200선물·옵션(미니선물)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전면 금지, 시장조성자의 공매도 '업틱룰'(매도호가 제한 규정) 면제 폐지 등을 담은 시장조성자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공매도는 보유하지 않은 주식을 빌려 매도 주문을 내는 매매 방식이다. 주로 기관투자가가 활용하는 공매도가 기업 가치와 무관하게 주가를 떨어뜨려 시장을 왜곡하고 단기 차익을 챙기는 수단으로 악용된다며 개인들의 개선 요구 목소리가 컸다.
 
사진/뉴시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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