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쌍용자동차와 한국지엠의 분위기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쌍용차는 경영난 극복을 위해 노사가 협력하면서 판매 회복세가 나타나고 신차 효과도 기대되는 등 정상화의 희망이 살아나는 모습이다. 반면 한국지엠은 노사 갈등이 심해지면서 실적 악화를 넘어 철수 우려까지 제기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달 29일 단체교섭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한 후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당시 회사는 임금협상 주기를 1년에서 2년으로 변경하고 조합원 1인당 성과금 등으로 총 700만원을 지급하는 방안을 최종안으로 제시했고 이에 대해 김성갑 한국지엠 노조위원장은 "수용 불가"라며 강력히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국GM노조가 부분파업에 들어간 지난달 30일 오전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한국GM 부평공장.사진/뉴시스
한국지엠 노조는 교섭 다음 날인 지난달 30일을 시작으로 이달 2일, 6일, 이날까지 전반조와 후반조 근로자가 각각 4시간씩 부분파업을 했다. 오는 10일도 같은 방식으로 파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노조가 강경투쟁을 지속하자 회사는 차세대 글로벌 신제품 생산을 위해 계획했던 부평공장 투자를 보류하고 재검토하겠다고 선언했다.
한국지엠은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여파 등으로 6만대 이상의 생산손실이 생겼고 이로 인해 현금 유동성 위기를 겪으면서 강력한 비용 절감 조치를 해왔다. 이런 가운데 노조의 잔업·특근 거부와 부분파업 등으로 손실이 커지고 유동성 위기가 심화하면서 투자를 중단할 수 있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노조의 쟁의행위로 지금까지 7000대 이상, 앞으로 1만2000대에 달하는 생산손실이 예상된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한국지엠 노사가 '강 대 강'으로 대치하면서 회복세를 보이던 실적도 발목이 잡힐 수 있다. 한국지엠의 판매는 연초부터 전년동기대비 20~30%(누적 기준) 정도의 감소 폭을 기록하다가 9월과 10월 10%대로 낮아졌다. 지난달 수출은 2.4% 늘면서 4개월 연속 증가세가 나타났다.
한국지엠 2대 주주인 산업은행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부분파업 등 쟁의행위로 인한 생산 차질 발생 가능성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한다"며 우려를 표했다.
산은은 "미국을 중심으로 한 수출물량 확대와 트레일블레이저 생산 및 추가 신차 개발 등 경영정상화 기반 마련을 위해 매우 중요한 시기란 점을 고려해 조속한 임단협 합의로 경영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노사 갈등이 지엠의 한국 철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생산성이 떨어지고 경영정상화가 지연되는 게 빌미가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올 뉴 렉스턴.사진/쌍용차
쌍용차의 분위기는 한국지엠과 정반대다. 심각한 경영난이 해소된 것은 아니지만 노사가 의기투합해 움직이면서 정상화를 향한 청신호가 들어오고 있다는 점에서다.
쌍용차는 지난달 올해 들어 가장 많은 1만197대를 판매했다. 특히 수출은 4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연중 최대 판매를 기록했다. 내수는 일시적 생산조정 영향으로 전년 동기보다 5.4% 줄었지만 재출시한 '티볼리 에어'가 가세하면서 티볼리 판매량은 10% 이상 늘었다.
롱바디 모델인 티볼리 에어는 차급을 뛰어넘는 공간 활용성을 바탕으로 '차박' 수요를 흡수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달 출시한 플래그십 SUV '올 뉴 렉스턴'이 대박 조짐을 보이면서 당분간 판매 실적은 우상향할 가능성이 크다. 올 뉴 렉스턴은 사전계약에서만 3800대를 넘어섰고 출시 직후에도 고객이 몰리면서 5000대를 돌파했다. 8600여대인 올해 10월까지 누적 판매 대수의 반 이상이고 역대 월 최대 판매 대수 4650여대를 넘는 수치다.
올 뉴 렉스턴은 디자인 공개 때부터 호평이 쏟아졌고 상품성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대형 SUV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보여줄 것으로 예상된다. 렉스턴 출시와 함께 공개한 광고도 인기를 끌면서 쌍용차에 대한 관심과 호감도 높아지는 모습이다. 다음 신차에 대한 기대도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최근의 선전에는 노사 협력이 배경 중 하나로 꼽힌다. 쌍용차 노사는 경영정상화와 고용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하고 2020년 임금 및 단체 교섭을 올해 4월 마무리했다. 11년 연속 무분규 타결이다.
생존을 위한 쌍용차 노사의 하나 된 노력은 지난해부터 이어졌다. 작년 9월 노조는 고용·경영안정을 위한 비상경영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기로 하면서 포상과 복지 축소 등의 자구노력을 시작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각종 수당을 반납해 연간 1000만원의 급여를 포기하는 내용의 경영쇄신안을 내놨는데 임직원 94%가 동의했다.
쌍용차는 새 투자자를 찾아야 하는 큰 과제가 남았지만 시장 경쟁력 강화를 통해 생존 가능성을 높여나갈 계획이다.
예병태 쌍용차 대표이사는 이날 온라인으로 진행된 해외대리점 대회에서 "경영환경이 녹록하지 않지만 신규 투자자 유치와 신차 출시, 친환경 프로젝트에 기반한 제품 라인업 확대를 통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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