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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묻지마 테마주의 급등을 지켜보며
2020-11-06 06:00:00 2020-11-06 06:00:00
이종용 증권데스크
# 주식 투자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은 한 20대 가수는 최근 SNS를 통해 초단타 매매에 빠져있는 자신의 모습을 공개했다. 수익을 내느냐 마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예측불가능한 주가를 실시간으로 사고 파는 것에 희열을 느끼는 듯했다. 자신의 어머니 고향과 이름이 같다며 주식 투자할 기업을 고른 그의 기행(?)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줬다.
 
# 지난 추석 연휴에 나훈아의 비대면 TV콘서트가 화제가 된 바 있다. 특히 철학자 소크라테스를 형이라 부르며 인생을 묻는 노래 가사가 국민들의 심금을 울렸다. 그러면서 그 노래 제목과 같은 회사가 수혜주가 될 것이라는 우스갯들이 투자자 온라인 모임에 돌기도 했다.
 
한달이 지난 현재 이들 종목의 주가는 어떻게 됐을까. 어머니 고향과 이름이 같다던 기업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테마주로 분류되면서 20% 이상 치솟았다. 기업의 실적이나 업황 개선이라는 모멘텀이 확인된 것은 아니다. 윤 총장이 차기 대선후보로 거론되고 있고, 그 회사의 사외이사가 윤 총장과 같은 학교와 동문이라는 이유서다.
 
이른바 '나훈아 테마주'는 알고보니 삼성전자, 하이닉스 등 굴지의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둔 반도체 장비업체이다. 반도체 기업들이 앞으로 낸드와 파운드리 사업을 키우겠다고 밝히면서 주가가 힘을 받고 있다. 결과적으로 나쁜 선택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쯤되면 인간이 이성이나 기업 분석이 주식 수익과 꼭 연관되는 것이냐는 의문이 생길만 하다. 쌈짓돈을 투자를 하는 개미들이 굳이 머리를 싸매고 종목을 찾는 고생을 해야하나는 생각이 들법하다. 주식투자도 지극히 단순화하면 주가가 오르느냐 내리느냐는 50% 확률의 게임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주식투자가 어찌될지 모르는 확률의 문제로 귀결되는 것은 아니다. 테마주로 엮인 기업에 투자했다가 낭패를 본 사례를 보면 일정한 법칙이 보이기 때문이다. 테마주 투자는 실적 개선과 관계없이 편입됐다가 급락하는 행태를 반복한다.
 
테마주로 엮이는 것은 기업의 입장에서도 '독'이다. 실적이 건실하고 업황이 개선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가치가 퇴색하고 단기차익을 노리는 일부 투자자의 표적이 될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개인 투자자의 피해자로 이어지는 악순환이다.
 
미국 대선의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국내 증시가 안갯속 형국이다. 주식 자금은 특정 섹터에 쏠리지 못하고 수혜주를 찾아 이리저리 옮겨다니고 있다. 이럴때일수록 테마주에 눈길이 가게 마련이다. 주식 전문가를 사칭하는 사람들도 이럴때일 수록 테마주를 노리자고 말하기도 한다.
 
주식시장에서 어떤 종목이 오르고 내릴까 예측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정확한 예측이 가능하다면 금융회사가 존재할 필요가 없다. 주식시장은 절반의 확률로 승부 짓는 곳이 아니기 때문에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기업에 대한 분석을 하고 기업의 주가가 기업의 가치에 도달할 때까지 차분히 기다리는 인내심이다.
 
시간과 노력을 늘여 주식투자의 성공확률을 높이고 실패확률을 줄이는 과정에 있어야 한다. 누구나 아는 내용이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일이다. 이런 점에서 볼 때 누가 뭐라고 해도 주식투자의 기본 원칙을 알고 있는 투자자라면 테마주 급등을 보면서 마음이 흔들 필요는 없다고 본다.
 
이종용 증권데스크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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