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회장 체제가 한층 굳건해진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 컨소시엄,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글로벌 진출 등 신사업을 보다 공격적으로 추진할 동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DLF 중징계 이어 채용비리도 족쇄 풀려
대법원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29일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 회장의 상고심에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등법원으로 환송했습니다. 대법원은 2심에서 유죄로 판단한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함 회장이 채용 과정에서 부정행위에 공모했다고 볼 직접적인 증거가 부족하다"며 원심 판단에 법리 오해가 있다고 봤습니다.
함 회장은 은행장으로 있던 지난 2015년 공채 당시 국민은행 고위 관계자로부터 그의 아들이 하나은행에 지원했다는 얘기를 듣고 인사부에 잘 봐줄 것을 지시해 서류전형 합격자 선정 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2018년 6월 기소됐습니다. 재판부는 인사 실무자들의 진술 신빙성을 인정했던 1심 판단을 뒤집을 만큼의 우월한 증명이 부족하다고 지적하며 사실상 무죄 취지의 판단을 내렸습니다. 이에 따라 함 회장은 약 8년 만에 사법 리스크 족쇄에서 해방됐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판결이 단순한 개인의 법적 판단을 넘어 하나금융 전반의 지배구조 안정성을 회복하는 분기점이 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함 회장은 2024년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판매에 대한 중징계 취소 행정소송에서도 최종 승소한 바 있습니다. 이번 부정 채용 의혹 관련 사법 리스크까지 해소되면서 2028년까지 남은 임기를 안정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법적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는 분석입니다.
금융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사람은 금융회사 임원이 될 수 없는데요. 업무방해 혐의에 대해 파기환송심 등 절차가 남지만, 대법원 판결 취지에 따라 최종적으로 무죄를 선고받거나 형량이 줄어들 가능성이 큽니다.
비은행M&A·스테이블코인 등 탄력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하나금융의 중장기 전략 중 가장 먼저 탄력을 받을 분야로는 비은행 부문 강화가 꼽힙니다. 하나금융은 그동안 다른 금융지주 대비 은행 의존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아왔으며 중장기적으로 비은행 부문 기여도를 30%까지 올리겠다는 계획을 세워 추진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의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4334억원으로 이 중 하나은행 한 곳의 순이익만 3조1333억원으로 91.3%에 달합니다.
계열사로 하나손해보험이 있지만 회사 총자산은 2조933억원으로 업계 12위에 그치는 수준입니다. 함 회장도 올해 신년사에서 "(비은행 부문) 이대로는 안 된다"며 "증시 활황 등 우호적인 시장 상황에도 불구하고 비은행 부문의 아쉬움이 지속되고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현재 하나금융은 예금보험공사가 진행한 MG손해보험의 가교 보험사인 예별손해보험 인수전에 도전장을 내밀며 은행에 편중된 수익 구조에서 벗어나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꾀하고 있습니다. 하나금융은 예보가 지난 23일까지 진행한 예별손보 매각 예비입찰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했습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하나금융 보험사 인수전의 최대 변수로 꼽히던 대주주 적격성 논란을 사전에 해소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큽니다. 보험사 인수는 금융당국의 엄격한 심사와 대규모 자금 투입이 동시에 요구되는 만큼 총수의 법적 리스크는 그 자체로 부담 요인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되면서 하나금융이 보다 공격적인 인수합병(M&A) 전략을 펼칠 수 있는 여건도 마련됐습니다.
글로벌 사업 확대 역시 확대할 전망입니다. 함 회장은 취임 이후 줄곧 '아시아 최고의 금융그룹'을 강조하며 해외 부문의 체질 개선과 수익성 확대를 강조해왔습니다. 사법 리스크 해소로 경영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한 기존 해외 네트워크 강화는 물론 북미와 유럽 등 선진 금융시장으로의 진출 전략에도 힘이 실릴 것으로 보입니다. 현지 금융사와의 전략적 제휴, 해외 자산운용사 인수 등 다양한 글로벌 확장 시나리오가 다시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원화 기반 스테이블코인 사업 추진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금융은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 중 처음으로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했습니다. 하나금융은
BNK금융지주(138930),
iM금융지주(139130),
JB금융지주(175330), SC제일은행, OK저축은행 등과 컨소시엄 구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맺고 원화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도권을 쥐기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11월에는 지주 산하에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디지털자산 전담 조직(TF)'을 구성하고 은행, 카드, 증권 등 계열사 간 공동 대응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기반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이를 통해 주요 금융지주들과의 실적 경쟁도 본격화할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에서는 지난해 하나금융의 연간 기준 당기순이익이 처음으로 4조원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이미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이 3조4334억을 기록한 가운데 4분기 실적까지 반영되면 사상 최대 실적을 다시 경신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입니다.
KB금융(105560)지주와
신한금융지주(055550) 등이 '5조 클럽'을 다투고 있는 만큼 하나금융도 실적 경쟁에 가세할 것으로 보입니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대법원 판결 발표 직후 "이번 판결을 계기로 향후 하나금융은 안정적인 지배구조 속에서 더 낮은 자세와 겸손한 마음으로 어렵고 힘든 금융 소외계층을 세심하게 살피며 국가 미래 성장과 민생 안정 지원을 위한 생산적금융 공급 및 포용금융 확대에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속 가능한 이익 창출을 위해 기업가치와 주주환원을 더욱 중대하게 여기며 금융 본연의 역할을 충실히 이행해 나가겠다"고 강조했습니다.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이 사법 리스크를 털어내면서 하나금융의 중장기 사업 추진에도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불확실성이 해소된 만큼 원화 스테이블코인, 비은행 포트폴리오 강화 등을 공격적으로 진행할 동력을 갖추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사진은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 (사진=하나금융지주)
이재희 기자 nowhee@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의중 금융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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