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고빈도매매, 제2의 공매도 되지 않길
입력 : 2019-06-27 06:00:00 수정 : 2019-06-27 06:00:00
초단타라고도 불리는 고빈도매매(High Frequency Trading·HFT)가 자본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세계적인 증권사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를 논의하면서다. 거래소는 다음 달 미국 시타델증권의 고빈도매매 창구 역할을 한 메릴린치에 대한 제재를 할 예정이다. 만약 제재가 내려지면 국내에서 고빈도매매로 처벌되는 첫 사례가 된다.
 
시타델증권은 현재가보다 미세하게 높은 호가로 대량 매수 주문을 낸 뒤 다른 투자자가 주식을 사면서 주가가 오르면 주문을 취소하고 보유 주식을 파는 방식 등으로 상당한 차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제재 절차에 들어갔지만 시타델증권의 행위가 명백한 위법인지 단정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고빈도매매를 관리·감독하는 법·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고빈도매매가 널리 사용되는 투자방식은 아니기에 아직 규제 미비를 탓할 수는 없다. 고빈도매매가 일상화돼 있고 선진시장으로 평가되는 미국 등에서도 관련 규제를 본격화한 게 몇 년 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하지만 고빈도매매의 장벽인 증권 거래세가 계속 낮아질 것으로 보이고 인공지능(AI)과 같은 관련 기술 발전이 가속화하고 있어 제도 정비를 미뤄서는 곤란하다.
 
고빈도매매를 그 자체로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다우지수가 장 마감 직전 10% 가까이 폭락했던 '플래시 크래시(Flash Crash)'처럼 시장 불안을 초래하는 등 부작용과 위험이 분명하게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장 유동성 확대와 가격 불균형 해소 등의 긍정적 기능을 살리기 위해서도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
 
미국과 유럽연합(EU)도 이런 이유로 고빈도매매를 금지하는 대신 까다로운 규제를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 양측의 제도가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고빈도매매를 하기 위해서는 등록·허가 절차가 필요하고 사용하는 시스템과 투자방식, 매매내역 등을 당국에 제출할 의무도 있다. 시장을 왜곡할 우려가 있는 형태의 투자는 제한되고 매매창구인 금융회사에는 고빈도매매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관리할 책임이 부여된다.
 
고빈도매매를 공매도와 같은 '절대 악'으로 만들지 않기 위해서도 규제 마련이 늦춰져서는 안 된다. 개인투자자가 공매도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가장 큰 이유는 외국인과 기관은 자유자재로 하지만 자신들은 사실상 활용하지 못해 당하고만 있을 수밖에 없다는 인식 때문이다.
 
알고리즘과 시스템 구축 비용이란 장애물을 생각하면 고빈도매매에 대한 개인의 접근성은 공매도보다 더 떨어진다. 그만큼 부정적 인식이 커질 가능성도 높다.
 
현대사회에서 가장 널리 그리고 유용하게 사용하는 운송수단인 자동차는 경제 발전과 함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다. 운전 능력이 검증된 경우에만 면허증을 발급하고 도로교통법으로 신호나 차선 등 운행 시 지켜야 할 규칙을 정해 철저하고 까다롭게 통제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누구나 제멋대로 운전했다면 자동차는 위험천만한 흉기 그 이상이 될 수 없었을 것이다.
 
고빈도매매도 마찬가지다. 적절한 통제와 관리가 이뤄지면 시장 발전에 기여할 수 있지만 아니라면 질서를 파괴하는 절대 악으로 자리 잡게 될 가능성이 크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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