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토칼럼)조영래 변호사는 뭐라고 했을까
2015-12-11 06:00:00 2015-12-11 06:00:00
"우리가 할 말이 없어서 가만히 있는 것이 아닙니다. 법률가들이 거리로 나가게 되면 그 사회는 심각한 위기로 나아가게 됩니다. 법률가의 공익적 책무에도 맞지 않고요."
 
10여년 전 어느 중견 변호사가 한 말이다. 그 당시 의료계는 의약분업의 정당성을 두고 한창 진통을 겪었다. 의사들은 진료를 거부하고 거리로 나가 연일 집회를 열었다.
 
법조계, 정확히 재야법조계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직역침해와 일부 전관들의 전횡, 심각한 업계 불황으로 변호사들은 신음하고 있었다. 진작 정부차원의 대책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는 이렇다 할 대책을 내지 않았다. 그럼에도 변호사들은 거리가 아닌 법정으로 달려갔고 확성기 대신 의뢰인의 손을 잡았다.
 
그러나 10여년이 지난 지금 그 변호사의 우려는 현실이 됐다. 사법시험 존치를 주장하는 변호사들과 반대하는 변호사들은 봉합이 쉽지 않을 정도로 갈라져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변호사들의 수장격인 현직 대한변호사협회장은 현직 변호사들로부터 고발당했다. 학계도 격랑에 휩쓸렸다. 흡사 두 진영은 브레이크가 없는 기관차 같이 서로를 향해 정면으로 폭주하고 있다. 100년이 넘는 재야법조 역사상 유례가 없는 일이다. 양측 모두 누가 더 하다랄 것 없이 절박한 심정이겠지만.
 
그러나 중재와 해결책을 제시해야 할 정부와 국회는 답이 없다. 도화선에 불을 붙인 법무부는 사태의 폭발력에 놀라 우왕좌왕하고 있다. 사법시험 존치 법안을 깔고 앉은 국회는 먼 산을 보고 있다. 종국적 중재자라 할 수 있는 정부는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이해관계가 있는 국무총리와 교육부총리, 법무부장관 모두 법조인 출신인데도 말이다. 청와대는 "법무부에서 의견을 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는 하나마나한 말로 외면하고 있다.
 
내일 모레가 조영래 변호사의 25주기이다. 그는 13회 사법시험에 합격하고도 9년 뒤에야 사법연수원에 입소할 수 있었다. 그 세월동안 조 변호사 민주화운동에 대한 정부의 핍박으로 수감되거나 수배자로 피해 다녔다. 그 와중에도 분신한 열사 전태일을 평전으로 살려냈으며, 폐암으로 사망하기 전까지 변호사로 불과 8년간 활동하면서도 수많은 인권활동과 공익소송으로 사회를 바꿔갔다.
 
조 변호사를 아는 사람들은 그 모든 것이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진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한 그의 소통의 자세 때문이라고 기억한다. 꽉 막힌 불통의 현 사회에서 친정격인 법조계마저 아수라장이 된 지금, 조 변호사가 살아있다면 과연 뭐라고 말했을까.
 
 
 
최기철 사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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