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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돋보기)자사주신탁계약의 맹점
증권사에 위탁하는 자사주 매입…까다롭지 않은 공시의무 주의
2015-08-27 16:24:55 2015-08-27 16:24:55
흡연자들 사이에서 최근 캡슐담배가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3년간 판매량이 50배 이상 급증할 정도인데요. 필터 안에 알록달록한 색깔의 캡슐이 들어있는데 깨물면 포도나 커피, 민트향이 확 퍼집니다. 겉포장만 보면 껌 케이스를 보는 것 같은 착각도 드는데요. 상쾌하고 깔끔한 이미지의 케이스를 보면 몸에도 해가 없을 것 같지만 오히려 일반 담배보다 건강에 해롭다고 합니다. 오히려 담배 중독을 부추길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나오네요.
 
주식 투자자들도 겉모습과 다른 실체 때문에 손해를 입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캡슐담배의 겉포장처럼 호재성으로 단정 짓지 말아야 하는 공시 중 하나가 자기주식 취득 신탁계약입니다. 최근까지도 많이 늘어나던 추세였죠. 자사주 취득 신탁계약은 일반적인 자사주 매입과 차이가 있는데요. A라는 상장사가 증권사에 자기 주식의 매입을 맡기는 겁니다. 다만 이것이 특정금전신탁이기 때문에 매입 방식은 A기업이 지정할 수 있죠. 목적은 거의 비슷합니다. 주식의 가격 안정과 기업 이미지·주주가치 제고인데요.
 
그렇다고 해서 ‘아, 이제 주가가 오르겠다’는 신호로 받아들이면 곤란합니다. 유상증자 공시에서 으레 나오는 ‘운영자금 조달 목적’만큼이나 모호한 표현이거든요. 회사 이름으로 직접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과 달리 공시 의무가 까다롭지 않다는 것에 허점이 있습니다. 직접 취득 시 정해진 매수 주문 수량, 가격, 횟수, 매입 기간을 지켜야 합니다. 보고서에 구체적인 매매 내용이 명시돼야 하죠. 하지만 자사주 신탁의 경우 대주주가 3개월 이내에 처분할 수 없다는 점만 빼면, 이 같은 규정에서 비교적 자유롭습니다. 내용을 알기 어려우니 투자 판단을 시시각각으로 하기도 힘듭니다. 처음 기재된 ‘주가 부양’의 목적이 달성되지 않고, 주가가 추락하는 사례도 많아 면밀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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