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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박근형 "이제야 철난 배우된 기분"
"시나리오 보고 중학생 때 첫 사랑 떠올라"
2015-03-29 14:00:47 2015-03-29 14:00:47
◇영화 '장수상회'의 주연을 맡은 배우 박근형(오른쪽)과 윤여정.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베테랑 배우 박근형(75)이 70대 노인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로 관객들과 만난다.
 
박근형은 다음달 9일 개봉하는 영화 '장수상회'에 출연한다. 융통성이라고는 전혀 없는 까칠한 노신사 성칠(박근형)과 고운 외모의 금님(윤여정) 사이의 사랑을 담아낸 영화다. 국내 영화계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70대 노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작품이다.
 
박근형은 "근래 들어와서 사랑을 주제로 한 영화에 70대 노인이 주인공으로 출연하는 경우는 없었던 것 같다"며 "나에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1958년부터 50년 넘게 연기를 하고 있는데 그동안 했던 작품 중에 최고의 큰 선물이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극 중 성칠은 장수(조진웅), 박양(황우슬혜), 민성(찬열), 아영(문가영) 등 동네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금님과 데이트를 한다. 좋아하는 여성과의 설레는 만남을 이어가는 성칠의 모습은 노년 뿐만 아니라 10대~30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한다.
 
박근형은 "70대도 사랑에 대한 열정은 같다고 생각한다"며 "젊은 날에 연기했던 사랑에 대한 감정들이 가라앉아 있었는데 그것을 끄집어내는 작업이 어렵진 않았다"고 했다.
 
이어 "처음 시나리오를 보고 중학생 시절 짝사랑에 대한 생각도 언뜻 났다"며 "이 시나리오는 절대 놓쳐선 안된다고 생각했다. 누가 가져갈까봐 걱정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박근형과 윤여정(68)은 지난 1971년 방송됐던 드라마 '장희빈'에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다. 당시 비극적 인연의 역사 속 인물인 숙종과 장희빈 역을 연기했던 두 사람은 44년 뒤 영화 속 로맨스를 펼치는 파트너로 다시 만나게 됐다.
 
"시나리오를 받은 뒤 상대역을 누가 하면 좋을까 생각을 했죠. 처음엔 딱 생각이 나진 않았어요. 그런데 윤여정이 어떻냐고 저한테 물어볼 때 '됐다' 싶었어요. 젊었을 때 같이 작품을 해봐서 윤여정의 총명함과 명석함에 대해선 익히 알고 있었거든요. 그래서 안심을 했고, 같이 조화를 이뤄서 작품을 하는 것은 별로 걱정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박근형은 각종 출연작을 통해 뛰어난 연기력을 선보이며 다양한 세대의 팬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다. 박근형은 연기력의 비결을 연극 무대 경험에서 찾았다.
 
그는 "연극 무대에서 처음 연기를 시작했는데 연극을 하는 동안 여러 장르를 만나서 여러 인물을 표현해봤다. 그게 나에겐 큰 보물이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TV는 연극과 달리 순발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지난 2012년 방송된 드라마 '추적자' 때 처음으로 연극을 하는 기분으로 캐릭터를 분석하면서 세분화해서 계획을 세웠다"며 "연극적인 표현 방식이 TV에서 먹힐 수 있을까 걱정도 했는데 언론에서 좋은 얘기를 해주더라. TV에서도 연극적인 것이 충분히 통할 수 있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연극적인 방식으로 접근한 것이 드라마는 '추적자'가 처음이고 영화는 '장수상회'가 처음"이라며 "제대로 된 배우가 탄생하려면 50년이 걸린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그동안의 경험들이 모이고, 배우로서 철학이 생기는 시기다. 이제야 철난 배우가 된 것 같다. 이번에 그걸 느꼈다"고 전했다.
 
50년 넘게 꾸준히 배우로서 활약하고 있는 박근형은 "아직까지 연기를 하는 것이 그렇게 힘이 들진 않는다"며 웃었다.
 
"눈을 뜨자마자 스트레칭을 30분씩 해요. 그리고 약간의 걷기와 집안에서의 자전거 타기를 하죠. 밖에서 운동을 하면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얘기를 해서 잘 못해요.(웃음) 80년대에 배운 골프도 지금도 한번 하면 두 시간 겅도 하면서 땀을 많이 흘려요. 그런 것들이 유연성을 많이 길러준 것 같습니다."
 
배우계의 '큰 어른'인 박근형은 노년의 배우들이 활발한 활동을 펼칠 만한 무대가 국내에 많지 않다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학창 시절부터 지금까지 연기를 해온 노년의 배우들은 엄청난 자원이에요. 그런데 우리나라에선 노년의 이야기가 배제된 상태에서 상업적인 수단으로 콘텐츠를 만드는 경우가 많죠. 그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자원을 폐기해버린 거예요."
 
그러면서 그는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장수상회'가 많은 분들에게 환영을 받게 되면 이와 같은 새로운 콘텐츠들이 많이 개발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며 "어깨가 무겁다"고 웃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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