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SBS)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배우 고수, 손현주, 이요원 카드를 내세운 SBS '황금의 제국'의 홍보가 무색해졌다. 이들 세 사람 뿐 아니라 수 없이 뛰어난 배우들이 안방에서 활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 가장 강렬한 인상을 심고 있는 배우는 '꽃할배' 박근형이다.
박근형이 맡은 성진그룹 최동성 회장은 사람의 의중을 꿰뚫는 판단력과 강인한 카리스마를 지닌 인물이다. 하지만 늘그막에 치매에 걸려 자신의 한 행동에 기억을 하지 못해 조금씩 약해져간다. 박근형은 최동성 회장의 다양한 면을 완벽하게 표현하며 명장면을 늘려가고 있다.
16일 방송분의 최고의 명장면은 최동성과 최동진(정한용 분)의 독대 장면이었다. 토사구팽 신세에 놓인 최동진은 과거 형 대신 옥살이 했던 것을 고하며, 지분을 나누자고 요구했다. 이를 단박에 거절한 최동성은 갑자기 치매에 빠진 노인으로 돌변했다.
최동성이 순식간에 겁에 질린 유년시절로 돌아가 가족들을 비행기 폭격으로 사망한 가족들로 오인해, 고구마를 하나씩 안기며 눈물을 흘리는 이 장면은 마치 연극무대의 하이라이트를 보듯 강렬했다. 이 장면은 다소 유치하게 여겨질 수 있었지만, 박근형의 완벽한 연기 덕에 최고의 장면으로 거듭났다.
22일 방송분에서 사장단 회의 장면 역시 강렬했다. 사장단에게 지주회사인 성진건설의 지분을 모두 빼라고 지시하는 장면에서 최동진은 한 회사의 큰 어른다운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이를 본 최민재(손현주 분)가 "치매에 걸린 노인은 지금 있었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할 것"이라고 자극하자, "용재야"라고 호통을 쳤다. 하지만 용재는 수 년전 최동성에 의해 감옥에 갔다가 죽은 인물. 이를 놓치지 않고 최민재가 공격하자, 최동성은 책상을 조용히 몇 차례 두들기더니 사장단의 과거를 하나하나 열거하며 자신이 건재하다는 것을 연기했다.
그러면서 최동성은 큰 목소리로 "시멘트 회사에 소풍가자"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대사로 사장단을 압도하고, 성진그룹 회장 자리를 욕심낸 최민재를 무너뜨렸다.
(사진제공=SBS)
이후 딸 최서윤(이요원 분)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준 뒤 기력이 빠진 할아버지처럼 최서윤을 앉히는 장면에서 "29살짜리가 이 자리를 어찌 감당할꼬"라며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 장면에서는 부성애가 느껴졌다.
지난해 방송된 SBS '추적자'에서 서회장 캐릭터로 대한민국 실질적 1인자를 연기한 그는 '황금의 제국'에서는 가족들의 집안 싸움으로 언제든 쓰러질 위기에 놓인 그룹 최고어른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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