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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첩죄 뒤집어 쓴 70대男 36년만에 무죄확정
"朴 대통령 초도순시 도와달라"는 말에 속아 나갔다가 '징역형'
소송 진행되는 동안 검찰·변호사·법원 불법감금 묻지도 않아
2014-11-24 12:00:00 2014-11-24 12: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중앙정보부 수사관들에게 불법 연행된 뒤 간첩죄 등의 혐의를 뒤집어 쓰고 억울한 옥살이를 한 70대 남성이 36년 만에 무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 3부(주심 민일영 대법관)는 지난 1976년 국가보안법과 반공법 위반, 간첩 등의 혐의로 기소돼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양모(78)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무뢰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4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불법체포와 감금, 고문 등에 의한 허위진술을 근거로 기소되었으므로 범죄의 증거가 없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제주도에 살던 양씨는 1976년 12월 "박정희 대통령의 초도순시가 있는데 도와달라"는 중앙정보부 소속 수사관들의 말에 속아 따라나섰다가 열흘 동안 불법감금과 고문을 받은 뒤 북에 사는 친형을 만나기 위해 일본 조총련에 협조하고 간첩 활동을 도왔다는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1심은 양씨의 모든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 15년에 자격정지 15년을 선고했고, 2심은 간첩혐의만을 무죄로 판단,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이후 이어진 상고심에서 대법원은 양씨의 간첩혐의 까지 유죄를 선고한 뒤 파기 환송했고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양씨의 혐의를 모두 인정하되 양형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10년에 자격정지 10년을 선고했다. 이에 양씨가 다시 상고했으나 상고 기각으로 판결은 1978년 8월 확정됐다.
 
양씨는 중앙정보부에서 검찰로 사건이 청, 법원으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자신이 당한 불법체포와 감금, 고문 등에 대해 주장했으나 검사가 "진술을 뒤집으면 다시 중앙정보부에서 수사를 받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더 이상 억울함을 주장하지 못했다. 이후 변호사의 접견이나 법정진술에서도 양씨는 별다른 주장을 하지 못하고 형을 그대로 선고받았다.
 
양씨는 이후 재심을 청구했으며 지난해 9월 재심 인용결정을 받아 재개된 소송에서 법원은 "피고인이 중앙정보부에서 불법체포와 구금 및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한 사실이 인정되고 진술의 임의성이 의심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대법원 청사 설경(사진제공=대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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