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볼빙(일부 결제금액 이월약정)은 양면의 칼이다.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해소해줄 수 있지만, 부주의하게 사용하면 부채를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한다. 이 같은 양면성은 구조적인 특성에서 기인한다. 리볼빙은 결제 대금의 최소 10%를 결제한 뒤 나머지 금액을 이월해 수수료가 부과되도록 설계됐다. 쉽게 말해 차주가 이번 달 못 갚은 돈을 다음 달에 갚을 수만 있다면 자산 변동 리스크를 완화해준다. 그러나 소득 수준을 벗어나 장기간 이월된 결제대금에 최대 24%의 수수료가 부과되면 빚은 손 쓸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난다.
올 상반기 카드사 리볼빙 이월잔액이 증가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리볼빙 이월잔액은 5조2272억원으로 3년 만에 약 7000억원 상승했다. 코로나19 확산에 자금 수요가 커진 영향이 크다. 어쩌면 일시적으로 영업을 중단한 자영업자 등에게는 급한 불을 꺼주는 기회가 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문제는 디테일에 있다. 연령대별 잔액 추이를 보면 최근 3년간 리볼빙 잔액 증가율이 가장 높은 연령대는 1020세대였다. 상반기 20대 이월잔액 3년 전에 비해 52% 늘었다. 특히 10대의 경우 이월잔액 규모는 다른 세대보다 작아도 지난 2017년에 비해 약 220% 상승했다. 사실상 생업에 종사하기 어려운 사회 초년생 혹은 대학생을 중심으로 리볼빙 사용이 늘어난 셈이다.
최근 카드사는 일제히 리볼빙 가입을 늘리기 위해 마케팅을 강화했다. 신한카드는 지난달까지 리볼빙을 신청한 신규 회원에게 3000포인트를 지급했다. 현대카드와 롯데카드도 신규 회원이 발급한 카드로 리볼빙에 가입하면 연회비를 돌려주는 행사를 꺼냈다. 아울러 카드사들은 리볼빙 가입을 성사시킨 카드 설계사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사용을 적극 독려하고 있다.
결국 카드사들이 사회 초년생을 겨냥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는 게 뒷맛이 개운치 않다. 이번 코로나 여파에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계층 중 하나가 청년들이다. 청년들은 취업난을 비롯해 용돈을 벌기 위한 아르바이트 자리도 사라져 생활고가 커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 같은 세태를 세심하게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코로나를 빌미 삼아 불완전판매가 늘었는지 또는 마케팅 규제를 강화해야 할 때가 아닌지 말이다.
김응태 기자 eung102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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