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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좌초설' 신상철 전 위원, 항소심서 무죄 선고
"비방할 목적 보기 어려워"…일부 유죄 판단 원심 파기
2020-10-06 16:49:36 2020-10-06 16:49:36
[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천안함 좌초설 등을 제기해 정부 관계자 등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서울고법 형사5부(재판장 윤강열·장철익·김용하)는 6일 정보통신망법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신상철 전 위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에 대해 정부의 발표와 다른 의견을 제시하는 것 그 자체로 국방부 장관이나 해군참모총장, 합조단 위원 개인에 대한 사회적 평가를 저하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고인에게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도 어렵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피고인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으로 '좌초 후 충돌설'을 주장하면서 일부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항을 포함하거나 다소 공격적이고 과격한 표현을 사용해 정부와 군 당국을 비난한 부분은 그 내용의 비합리성이나 표현의 부적절성 등과 관련해 비판의 여지가 크다"며 "그러나 그러한 비판 역시 가급적 학문적 논쟁과 사상의 자유 경쟁 영역에서 다뤄지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고, 명예훼손죄의 구성 요건을 해석하면서 겉으로 드러난 표현 방식을 문제 삼아 쉽사리 형사 처벌의 대상으로 끌어들이는 것은 공적 관심 사안에 대한 국민의 논쟁 자체를 봉쇄할 우려가 있다는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천안함 침몰 사고는 대한민국의 해군 초계함이 북방한계선 인근에서 경계 근무 중 갑자기 침몰해 승조원 중 46명이 사망·실종된 초유의 사건으로서 국민의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며 "따라서 사고 원인과 그 조사 과정, 기타 군과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여부는 당연히 국민의 감시와 비판의 대상이 되는 공적인 영역
이 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신 전 위원은 지난 2010년 3월31일부터 6월15일까지 총 34회에 걸쳐 정부와 군이 천안함의 침몰 원인을 은폐·조작하려 했다는 내용의 글을 게시해 국방부 장관과 해군참모총장 등 정부 관계자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은 게시글 34개 중 2개를 유죄로 판단해 신 전 위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정부와 해군 당국자들이 의도적으로 실종자 구조와 선체 인양 작업을 지연했다는 내용의 2010년 4월4일자 게시글과 김태영 국방부 장관이 함미 좌현 하부의 스크래치를 지워 증거를 인멸했고, 신 전 위원이 함미 부분을 조사할 당시 스크래치가 지워진 것을 발견했다는 내용의 2010년 6월11일자 게시글을 유죄로 봤다.
 
하지만 2심은 나머지 게시글 2개에 대해서도 1심 판단을 뒤집고 무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2010년 4월4일자 게시글에 대해 "게시글의 피해자가 국가기관이 아닌 공직자 개인으로서 국방부 장관, 해군참모총장으로 특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의 표현 방법에 과장되거나 격한 어조가 보이고 사실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사항이 포함돼 있기는 하나, 그 주요한 동기 내지 목적은 구조 작업의 조속한 진행을 촉구하기 위한 것으로서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이므로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또 2010년 6월11일자 게시글에 대해서도 "피고인에게 사실의 허위성에 대한 인식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피고인은 정부와 군의 천안함 사건에 대한 정보를 투명하게 제공할 것을 촉구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 게시 글을 통해 원인 규명 과정에서의 의심스러운 사정들을 지적했던 것으로 보이므로 비방할 목적이 있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신상철 전 민·군합동조사단 조사위원이 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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