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홍 기자] 국책은행 지방이전 논란이 사그라들기도 전에 금융기관을 중소기업벤처부으로 이전하려는 조짐이 정치권에서 나타나고 있다. 금융기관의 근본적인 역할을 벗어나 정치적인 도구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경만 의원은 신용보증기금을 중기부로 이관하는 '신용보증기금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신보와 기술보증기금이 각각 금융위원회와 중기부로 분리돼 있어 보증업무가 중첩되는 등 업무 효율성이 저하된다는 취지에서다. 앞서 지난 7월에는 '기업은행의 중기부 이관설'이 정치권으로부터 나오기도 했다. 박영선 중기부 장관을 중심으로 여당이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여론을 얻으려 한다는 분석이다.
정치권의 금융기관 흔들기는 이번 처음이 아니다. 산업은행·수출입은행·기업은행 등 국책은행을 지방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의견이 정치권으로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이 때문에 서울의 금융중심지 활성화가 갈수록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지역구 표심만 겨냥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같은 정치권 행보가 금융기관 본질을 망가뜨린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금융경쟁력 측면에서 이러한 일련의 행위들이 바람직한 건 아니다"라며 "(해외투자자, 예금자 등) 거래자들이 있는데 오로지 정책에만 몰두할 순 없다"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은 "기업은행을 중소기업 보호·지원 측면으로만 바라보고 있다"며 "이는 자선단체이지 은행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기업은행은 국민의 예금이 들어있는 소매금융 기관이므로 정치적 수단화를 멈춰야 한다"며 "신보도 중기부로 이관될시 무리한 보증으로 건전성이 악화돼 다음 보증을 추진하기 어려워진다"고 설명했다.
해묵은 공공기관 합병이 수면 위로 올라와 부처 간 갈등이 심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미 수년전부터 산은-수은, 신보-기보, 기은-중소기업진흥공단 등은 업무 중복성으로 통합해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 나온 바 있다. 그럼에도 합병이 현실화 되지 못했던 이유는 부처 간의 이해관계, 기관들의 반발, 기관 경쟁 활성화 등 복잡한 이유가 내재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 관계자는 "오히려 기관들끼리 경쟁이 없으면 위험할 수 있다"며 "소상공인들도 어느 곳의 정책금융상품이 더 좋은지 비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조동근 명지대 교수는 "단순하게 업무분장만을 따진다면 사실상 중기부는 산업통상자원부 산하로 가야 한다"고 꼬집었다.
김기문(왼쪽부터) 중소기업중앙회장,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윤종원 IBK기업은행장이 5일 오후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자상한기업 업무협약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 뉴시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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