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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금으로 유상증자 참여했다가 손실, 회사 책임 없어"
대법 "사측 요구 있었어도 결정 자유"…미래저축은행 퇴직근로자들 패소 확정
2020-09-27 09:00:00 2020-09-27 09:19:57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근로자들이 회사의 요구로 퇴직금을 중간정산해 유상증자에 참여했다가 손실을 본 경우라도 근로자들이 자유로운 의사로 결정한 것이었다면 회사는 이에 대한 책임이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미래저축은행 퇴직자 강모씨 등 233명이 미래저축은행을 상대로 낸 퇴직금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27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중간정산 퇴직금이 모두 원고들 명의의 계좌로 직접 송금된 점, 원고들은 이를 유상증자 대금으로 이체하기까지 9일 내지 20일 동안 보유하고 있었던 점, 그 과정에서 회사가 아무런 제재나 간섭을 하지 않았던 점 등을 고려하면 중간정산에 대한 처리는 원고들의 유효한 동의에 의한 것으로 그 동의가 흠결됐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또 "중간정산이 유효한 이상 각서상의 부제소 특약도 구 퇴직급여법에서 금지하는 퇴직 시 발생하는 퇴직금청구권의 일부를 사전에 포기한 것으로 볼 수 없다"면서 "원고들과 피고간 부제소 특약이 유효하다고 본 원심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미래저축은행은 2011년 8월 이사회를 열어 신주발행을 의결하고 경영지원팀 명의로 각 영업점에 "‘퇴직급여를 중간정산하기 위해 기존의 퇴직연금제도를 퇴직금제도로 변경하고자 하니, 첨부양식에 소속 직원들의 동의를 받아 개인의 입금계좌정보를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강씨 등을 포함한 직원 대부분은 '퇴직금 중간정산에 따른 제반절차를 회사가 정한 기준에 따를 것이며, 퇴직금이 적법하게 지급되었음을 확인하고 이와 관련된 어떠한 민·형사상의 이의제기도 없을 것임을 서약한다'는 내용의 각서를 미래저축은행에 제출했다. 
 
이후 미래저축은행은 기존 퇴직연금사업자인 미래에셋증권과 계약을 해지하고 퇴직금 중간정산에 동의한 근로자들 각 통장으로 퇴직금을 입금하는 한편 주식청약의향서를 제출받았다. 같은해 9월에는 하나캐피탈로부터 145억원을 투자받고 직원들에게 유상증자 사실을 알리면서 주식청약의향을 밝힌 직원들에게 증자대금을 각 직원명의 계좌로 입금했다.
 
그러나 미래저축은행은 이듬해 5월 금융위원회로부터 재무상태 부실로 영업정지 처분을 받은 뒤 퇴출됐다. 김찬경 회장도 266억 상당의 유가증권 내지 203억 상당의 법인자금 횡령 혐의로 기소돼 징역 8년을 확정받았다. 이에 강씨 등 중간정산 퇴직금으로 유상증자에 참여해 손실을 본 직원들이 손실금 77억8000여만원을 지급하라며 미래저축은행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퇴직금 중간정산 실시는 사측의 주도 아래 일괄적으로 진행됐고, 퇴직금 중간정산 목적 역시 재정부담을 덜기 위해서가 아니라 퇴직금으로 적립했던 돈을 유상증자 대금으로 활용하고자 한 것"이라면서 사실상 원고승소 판결했다.
 
하지만 2심은 "직원들 중 아예 퇴직금 중간정산 신청을 하지 않거나 중간정산으로 퇴직금을 수령했어도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도 다수 있었다"면서 "원고들이 사측과 맺은 중간정산 약정과 부제소 합의는 유효하다"고 판해 원고패소 판결했다. 이에 강씨 등이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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