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항소이유 없이 "양형부당"…법원 "OK, 형 가중"
입력 : 2020-09-18 10:44:43 수정 : 2020-09-18 10:44:43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이른바 '뺑소니범'을 기소한 검찰이 1심의 양형이 부당하다고만 만연히 주장하면서 그 이유를 항소장에 적시하지 않았는데도 이를 받아들여 형을 가중한 항소심 판결을 대법원이 파기환송했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도주치상)과 도로교통법위반(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심리를 다시하라며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18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A씨는 2019년 5월8일 오후 6시20분쯤 성남시 분당구 정자일로에 있는 한 편도 2차로 도로를 주행하다가 도로 가장자리에 정차하고 있던 B씨 승용차 운전석 문 부분을 자신의 승용차 오른쪽 앞 범퍼 부분으로 들이받았다.
 
이 사고로 정차한 차 안에 있던 B씨와 동승자 등 3명에게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히고, 수리비 800여만원의 재산상 손해도 입혔다. 그러나 A씨는 즉시 차를 세워 피해자들을 구호하지 않고 그대로 80m 가량을 도주했다가 뒤따라온 B씨에게 붙잡혔다.
 
검찰은 A씨를 도주치상, 사고후미조치 혐의로 기소하면서 A씨가 향정신성 약물을 복용하고 운전했다며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를 별도로 적용했다. 
 
1심은 이 가운데 도주치상과 사고후미조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해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약물복용 운전' 혐의에 대해서는 "검사는 피고인이 사고 당일 아침 향정신성 우울증 치료제인 졸피뎀과 클로나제팜 성분이 함유된 약을 복용해 운전을 할 수 없는 상태였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은 무죄부분과 양형부당을 이유로 항소했다. 그러나 항소장의 '항소의 이유'란에는 "피고인의 교통사고 발생 직후의 진술에 비추어볼 때 피고인은 교통사고 발생 당시 약물을 복용해 그 효능이 미치는 상태에서 운전했음이 충분히 인정되는바, 원심은 본건 공소사실 전부에 대해 유죄를 선고했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오인해 무죄를 선고한 위법이 있다"며 "일부무죄가 있으므로 결과적으로 전체의 양형도 부당하다"고만 썼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검찰의 항소를 그대로 받아들여 벌금형을 징역형의 집행유예로 가중했다. 재판부는 "A씨가 사고를 내고도 현장을 이탈한 점,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한 점, 음주운전 전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검찰의 양형부당 주장은 이유 있다"고 밝혔다. 이에 A씨가 상고했다.
 
대법원 재판부는 "검사는 1심판결 유죄 부분에 대해 항소장이나 항소이유서에 ‘양형부당’이라고 기재했을 뿐 구체적인 이유를 기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1심 판결 유죄 부분에 대해 적법한 양형부당의 항소이유를 기재했다고 볼 수 없다"며 "원심 또한 검사의 항소이유에 대한 판단으로든 직권으로든 1심판결 유죄 부분의 양형이 부당한지 여부를 심리·판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원심은 1심판결 무죄 부분에 대한 검사의 항소를 기각한 이상 피고인에 대해 1심보다 무거운 형을 선고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면서 "이러한 원심의 판단에는 검사의 적법한 항소이유 기재 방식, 항소심의 심판범위 등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판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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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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