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여권 영문성명, 함부로 바꾸면 안돼"
"국민 출입국 심사·체류관리 어려워…국제사회에서 여권 신뢰도도 떨어져"
입력 : 2020-09-14 06:00:00 수정 : 2020-09-14 16:55:45
[뉴스토마토 왕해나 기자] 여권의 영문성명 변경은 한글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 해당 영문명을 사용하는 사람이 현저히 적은 경우 등에만 제한적으로만 허용돼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2부(재판장 이정민)는 A씨가 "외교부의 여권 영문성명 변경 거부처분을 취소해 달라"면서 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4일 밝혔다. 
 
국제 신뢰도 등을 고려할 때 여권의 영문성명을 폭넓게 허용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이 나왔다. 사진은 외국여행을 떠나는 시민들이 여권을 들어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A씨는 2018년 기간 만료로 여권을 재발급 받으면서 자신 이름의 한 음절인 '원'의 영문표기'WEON'을 'WON'으로 변경해 달라고 신청했다. 출국이 빈번한데 여권과 신용카드에 기재된 영문성명이 달라 해외 사용 거부당하는 등 불편을 겪었고, 로마자 표기법에 등록돼 있지 않고 발음이 부정확해 사용이 어렵다는 이유를 들었다. 
 
외교부는 국민의 일부가 WEON으로 표기하고 있어 '여권 영문 성명이 한글 발음과 명백하게 일치하지 않는 경우(여권법 시행령 제3조2 1항 1호)'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씨는 중앙행정심판위원회에 처분 취소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이에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도 A씨의 청구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여권의 로마자성명 변경을 폭넓게 허용하면 외국에서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출입국을 심사하고 체류상황을 관리하는데 어려움 겪게 된다"면서 "우리나라 여권에 대한 신뢰도라 떨어져 우리나라 국민에 대한 사증 발급 및 출입국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결과가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교부 고시에는 '해당 한글 성 또는 이름을 가진 사람의 1% 이상 또는 1만명 이상이 해당 로마자 표기를 사용하는 경우'를 제한기준으로 정하고 있다"면서 "WEON을 사용하는 사람은 2.4%로, 그 로마자 표기를 여권에 사용하는 사람이 상당한 숫자에 이르렀다고 보인다"고 판단했다.
 
더불어 "국립국어원에서도 WEON은 한글성명의 원 발음과 명백히 불일치하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회신했으므로 여권법 시행령에 해당한다고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덧붙였다.
 
왕해나 기자 haena0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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