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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줄 게 많은데 권한이 없어서…"한숨만 쉬고 있는 위탁부모들
여권·통장도 못 만들어…위탁아동 1만3690명 달해
2015-12-07 15:05:24 2015-12-07 15:28:09
두 위탁자녀를 돌보는 사은숙씨(60·여)는 최근 아이들과 함께 외국에 나가려다 크게 낙담했다. 미성년자가 여권을 신청하려면 부모의 발급동의가 필요한데 태어나자마자 보육원에 맡겨졌던 큰아이는 호적상 부모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어렵게 발급받은 여권도 단수여권이었다. 사씨는 동생의 것과 다른 여권을 보며 실망하던 큰아이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다.
 
얼마 전 다른 위탁부모도 사씨에게 같은 고충을 이야기했다고 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위탁자녀가 탁구를 굉장히 잘 치는데, 하필이면 나가려는 대회가 몇 개의 나라를 돌며 치러지는 국제 친선대회였다는 것이다. 아이의 친부모가 없는 탓에 단수여권을 발급받은 위탁부모는 사씨에게 “이겨서 상처 받느니 차라리 1차전에서 떨어졌으면 좋겠다”고 토로했다고 했다.
 
가정위탁보호제도가 활성화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과거 수양(收養)으로 불렸던 가정위탁보호는 2000년 ‘아동복지법’ 개정에 따라 2003년 제도화했다. 하지만 현행법상 위탁부모에게는 부모로서 권한이 없다. 대표적인 사례는 휴대전화 개통과 금융계좌 개설, 여권 발급 시 동의권이다. 친권자의 존재를 확인할 수 없거나 법적 대리인(후견인)이 없는 미성년자는 위탁부모에 맡겨져도 자신의 행위능력을 대리할 부모가 없다.
 
사씨는 “우리처럼 형편이 넉넉지 않은 사람들은 휴대전화를 아이 명의로 개통하고 싶어 한다. 제한요금제와 감면혜택 때문”이라며 “그런데 친부모가 아니라서 안 된다더라. 결국 휴대전화를 사러 나갔다가 아이 자존심만 구겨졌다”고 말했다. 가장 큰 걱정은 아이가 아프거나 다칠 경우다. 그는 “혹시라도 수술을 해야 하면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한데, 뒤늦게 친권자가 나타나거나 하면 문제가 생겨버린다”며 “우리가 요구하는 건 별게 아니다. 그저 아이들이 필요로 하는 부분이라도 우리가 해줄 수 있게끔 권한을 달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체 위탁아동은 1만3690명이다. 센터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각 지방의회에 지속적으로 가정위탁보호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제도 개선까지는 갈 길이 멀다. 특히 내년 4월에는 국회의원 총선거가 예정돼 법안 발의도 내년 후반기가 돼서야 가능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해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는 오는 9일 가정위탁의 친권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 계획이다. 토론회에는 가정위탁 당사자들과 보건복지부 관계자가 참석해 제도의 개선방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
 
가정위탁보호제도가 활성화하면서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중앙가정위탁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전체 위탁아동은 1만3690명이다(자료사진).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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