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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덮치는 포퓰리즘)①동학개미 눈치보든 당국…정책 오락가락
개미, 올해 55조 사들이며 파워 확…당국, 시장 아닌 개미 우선정책…"규제완화 전제로 정책균형 필요"
2020-09-15 06:00:00 2020-09-15 10:14:10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금융당국의 자본시장 정책이 산으로 가고 있다. 코로나19 폭락장에서 버팀목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이 커진 개인투자자들의 눈치를 보느라 갈피를 못 잡고 오가락가락하는 모습이다.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이 자본시장으로까지 확산하고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11일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 총 55조7512억원을 순매수했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은 각각 26조0061억원, 29조4908억원을 순매도했다. 지난 3월 코로나 감염병 유행으로 증시가 패닉에 빠졌을 때도, 5월 발생한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2차 유행, 8월 사랑제일교회와 광화문 집회발 3차 유행때에도 개인투자자들은 대규모 매수를 기록했다.
 
'동학개미운동'으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움직임이 애국심 때문만은 아니다. IMF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때의 학습효과로 증시 급락은 오래가지 않으며 급락 후에는 반드시 급등이 뒤따른다는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국내 증시의 버팀목 역할을 한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을 인정하면서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에 변화가 왔다. 지난 6월 말 금융세제 개편안 논의 과정에서 문 대통령이 "주식시장을 위축시키거나 개인투자자들의 의욕을 꺾는 방식이 아니어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대통령의 재검토 지시 한마디에 금융투자 소득 공제액을 높이는 방향으로 금융세제 개편이 선회했고, 금융위원회는 공매도 제도를 비롯해 증권거래세, 공모주 배정 방식 등 소액투자자에 유리한 공모주 배정 방식 등 개인투자자들을 위한 정책 마련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최근 금융당국은 소액투자자에게 유리하도록 공모주 배정 방식 변경을 추진 중이다. 그동안 공모주 청약시장에서 기관이나 고액 자산가 등 자금 동원력에 의해 공매주 배정이 좌지우지된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한 금융위는 당초 증시가 빠르게 회복되자 공매도 금지 해제를 검토했지만, 개인투자자와 정치권에서 반발하자 6개월 연장으로 선회했다. 하반기 중 개인투자자에 대한 증권사들의 주식대여 서비스를 활성화해 개인투자자들의 공매도 접근성을 높이는 환경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여당 등 정치권을 중심으로도 공매도 규제 관련 법안 발의가 쏟아지고 있다. 그러나 공매도 제도를 폐지하거나 규정을 어겼을 때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 일색이라 개인투자자의 참여도를 높이는 방안은 요원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저금리에도 꿈쩍 않는 증권업계의 신용거래융자(증권사의 주식 매수 자금 대여) 금리까지 비판하고 나섰다. 금융위는 이달 중 증권업계와 함께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금리 산정의 개선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당청이 정책 주도권을 갖고 포퓰리즘 성격의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무엇보다 전문성을 갖춘 경제부처의 관료들이 맹목적으로 따르면서 시장의 가격기능을 저해하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성태윤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현 정부의 정책 기조를 이어가는 것은 맞지만 관료들은 정부의 경제 정책이 어떤 부작용을 초래하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은 "투자자 보호 등 어느 한쪽에만 치우칠 경우에는 금융산업에 탈이 나기 마련"이라며 "산업 발전을 전제로 투자자 보호와 규제 완화의 균형점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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