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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더유니온 "배달은 공짜 아냐…기본배달료 4천원이 적정"
'배달라이더 연봉 1억, 진실은 이렇다' 긴급 온라인 기자간담회
극히 일부 사례 일반화…배달라이더 과로 부추겨 사고로 연결
2020-09-03 16:33:15 2020-09-03 16:45:38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라이더유니온이 최근 퍼지고 있는 배달라이더 연봉 1억설이 사실과 다르다고 해명했다. 이런 고액의 수입은 할증이나 프로모션을 잘 이용한 극히 일부 최상위 몇 명에 한정된 사례라는 것이다. 아울러 이들은 라이더들이 안전하게 운행할 수 있는 수준의 배달료는 건당 4000원이라고 제시했다. 
 
라이더유니온의 '배달라이더 연봉 1억?? 진실은 이렇다' 긴급 온라인 기자간담회.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왼쪽에서 세번째),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왼쪽에서 네번째). 사진/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라이더유니온은 3일 미디어데모스 유튜브 채널에서 긴급 온라인 기자간담회 '배달라이더 연봉 1억, 진실은 이렇다'를 열고 배달시장의 구조와 배달라이더가 가져가는 배달수수료에 대해 설명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먼저 3000원 안팎으로 책정돼 왔던 배달비가 너무 저렴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소비자들이 공짜라고 생각하던 배달료는 사실 배달대행업이 생기기 전부터 존재했다고 설명한다. 지금까지 음식값에 녹아있던 배달료가 외주화되면서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10년 전 기사에 배달료가 3000원 수준에 형성되고 있다고 나오는데 그 가격이 쭉 온 것이다"며 "물가 상승률을 생각하면 배달료는 동결된 것이 아니라 삭감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라이더유니온은 더 큰 문제는 지방의 배달료 수준이라고 말한다. 수도권은 수요도 많고 경쟁이 심해 기본배달비가 3000~3500원 수준으로 책정되지만, 지방은 아직 2300원 정도로 배달료를 지급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배달료가 계속 내려가서 문제인 상황"이라며 "이는 상한선이든 하한선이든 기준이 없고 산업 구조 자체도 복잡하고 불투명하며 규제가 없어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배민라이더스에서도 수도권은 기본배달료가 3000원인데 부산·광주·대구는 2600원"이라며 "같은 플랫폼에서도 지역 격차에 따라 다른 처우를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이 쿠팡이츠가 주말에 공개하는 3개 지역 우수 배달 파트너 수행내역 랭킹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유튜브 생중계 화면 갈무리
 
일부 매체에서 보도된 '배달라이더 연봉 1억설'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쿠팡이츠가 주말마다 강남 3구에서 가장 높은 수익을 올린 라이더 5명의 실적을 공개하는데, 이를 놓고 추산해 1억 연봉이라는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쿠리어(쿠팡이츠 라이더) 접속자가 3만3000명인데, 그중 15명의 수익을 갖고 라이더 연봉이 1억이라고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이마저도 주문량이 많은 주말에 우천 할증이 붙어 나온 금액이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런 상황에서 '연봉 1억' 보도가 나가면 '나는 왜 이렇게 수입을 만들지 못하지'라는 생각에 라이더들이 장시간 노동으로 무리하다가 사고를 낸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3000원인 배달료가 500원 오른 것이 자영업자들 모두를 수렁에 빠질 위험한 요소인지, 장사가 되든 안 되든 받는 임대료나 대형 프렌차이즈의 횡포를 문제 삼아야 하는지 같이 고민해달라"고 덧붙였다. 
 
라이더유니온은 '안전운행이 가능한 수준의 배달료'인 안전배달료 도입을 제안했다. 이들은 안전배달료는 기본배달료를 기준으로 4000원이 돼야한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안전하게 신호를 준수하면서 시간당 네 건 정도 배달한다고 생각했을 때의 기준이다"며 "(배달료가) 최소한 주휴 수당을 포함한 최저 임금보다는 많이 받을 수 있는 수준으로 올라야 한다"고 했다. 생겼다 사라졌다 하는 프로모션 대신, 라이더들이 안정적으로 예측가능한 수입을 낼 수 있도록 기본배달료를 인상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10년 전에도 3000원이었던 배달료가 코로나19와 쿠팡이츠·배민 등 큰 자본이 들어와서 이제 오르려는 부분이기 때문에 소비자와 점주 모두가 고통을 분담해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은 하반기 내로 '라이더 안전 보장법'을 내놓을 계획이다. 안전배달료만 보장돼야 할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 보험이나 오토바이 유지비 등 여러가지 부실한 시스템을 종합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구교현 라이더유니온 기획팀장은 "그나마 배민은 배민라이더스에게 100% 산재보험을 넣어주는데 쿠팡이츠는 쿠리어들에게 보험을 하든 말든 알아서 하라고 한다"며 "이런 측면에서 보면 쿠팡이 배민보다 더 나쁜 사업자인 것 같다"고 주장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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