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결국 무산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이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며 달래기에 돌입했지만 HDC현산이 재실사를 해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으며 파기 수순에 돌입했다는 관측이다.
3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DC현산은 전날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이메일을 보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하기 위해선 12주간의 재실사를 해야 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HDC현산은 코로나19 등으로 지난해 12월 계약 당시와 경영 상황이 크게 달라졌다며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업계에선 HDC현산이 인수 거부 의사를 돌려 표현한 것이라는 분석과 함께 채권단도 이번 매각을 포기했다는 관측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이 무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사진은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주기장의 아시아나항공 여객기 모습. 사진/뉴시스
금호산업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는 입장을 반복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조만간 HDC현산에 계약 해지를 공식 통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의 파격 제안에도 HDC현산이 재실사를 고수한 것을 보면, 협상 결렬 쪽으로 갈피가 잡힌 것 같다"며 "HDC현산이 지불한 계약금 2500억원에 대한 소송도 예상되는 만큼 양측이 빌미를 만들지 않기 위해 기존 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 M&A가 무산될 시 채권단은 '플랜B'를 가동할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 관리 체제로 넘어가고, 아시아나항공은 채권단과 함께 기간산업안정기금을 신청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제3의 인수자를 찾아 재매각을 추진하게 되겠지만, 코로나19 확산세가 장기화하면서 항공 업황 악화가 계속되면 인수자 찾기도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HDC현산이 끊임없이 주장하는 재실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걸 산은 회장은 지난달 3일 한 브리핑 질의응답에서 "7주 동안 엄밀한 실사를 이미 한 상황에서, 변화가 있다면 변화에 따른 점검만 해야 한다"며 "재실사를 요구하는 의도가 무엇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이동걸 회장은 인수를 어떻게든 성사시키겠다는 의지의 표시로 지난달 26일 정몽규 HDC 회장을 만나 파격적인 인수 조건도 제시하기도 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발행한 영구채와 전환사채를 빚이 아닌 자본으로 인정하는 것과 산은·HDC현산의 1조5000억원 공동투자 계획 등이 있었다. 이렇게 되면 아시아나항공은 2000%가 넘는 부채비율을 400% 이내로 줄일 수 있고 최종 인수대금 또한 기존 2조5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줄일 수 있게 된다. 채권단이 막판 '파격 세일'을 제안한 셈이었다.
한편 HDC현산은 지난해 11월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된 이후 다음 달 금호산업과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했다. HDC현산은 추후 모빌리티 기업으로의 도약을 기약하며 인수 계약을 진행했지만, 올 초 코로나19 감염증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항공업계 전체가 경영난에 빠지게 됐고, 악영향을 받은 HDC현산 또한 '승자의 저주'를 의식해 소극적인 자세로 전환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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