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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파업 연장에 의료공백 지속…국시 앞둔 의대생도 '불안'
의료계 내부에서도 반대목소리
2020-08-31 10:21:29 2020-08-31 10:21:29
[뉴스토마토 이보라 기자] 정부의 강경대응에도 불구하고 전공의들이 집단휴진 등 무기한 파업 단체행동을 지속키로 했다. 의료 공백이 우려되는 한편 의료계 내부에서도 파업을 중단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시를 앞두고 시험을 거부한 의대생도 전전긍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긴급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30일 "모든 전공의는 대전협 비대위 지침에 따라 단체행동을 지속한다"고 의결했다. 29일 오후 10시부터 30일 낮 12시까지 14시간에 이르는 마라톤 회의 끝에 지난 21일부터 순차적으로 시행한 집단휴진을 이어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대전협 등에 따르면 이날 비대위에서 정부·국회와의 잠정 합의안으로는 잘못된 정책을 바로잡지 못할 것이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은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정부가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전공의 10명을 전격 형사 고발 조치한 데 반발해 강경한 목소리가 커진 것으로 전해진다.
 
전공의 파업 지속이 결정되면서 주요 대형병원의 진료 공백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병원들은 지난 21일부터 전공의들이 단계적으로 파업에 돌입한 데 따라 인력 부족으로 신규 환자를 받지 않는 등 외래진료를 조정해왔다. 환자들의 수술이 줄줄이 연기되는 등 혼란이 지속되는 모습이다. 
 
한 식도암 환자 보호자는 소셜미디어(SNS)에 “수술을 4일 앞두고 파업으로 수술이 연기됐다는 전화를 받았다. 하늘이 무너졌다”고 적었다. 유방암 환자 A씨는 “암을 제거하고 재건 수술을 받으려면 통상 교수 한 명과 전공의 4명이 수술해야 한다는데 전공의가 없어 교수 한 명이 들어가야 한다고 연락이 왔다. 그렇게라도 24시간 마취를 하고 수술할 수 있겠냐고 물어와 분통이 터졌다”고 토로했다. A씨는 결국 수술을 미뤘다.
 
전공의들을 대표하는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가 30일 지난 21일부터 진행해 온 무기한 파업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대전협은 이날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긴급비상대책위원회를 열어 모든 전공의들이 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 지침에 따라 단체 행동을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사진은 이날 오후 서울대병원 응급실의 모습. 사진/뉴시스
 
이러한 상황에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이러한 단체행동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페이스북 '일하는 전공의' 계정에 익명으로 "환자들이 기다린다. 하루빨리 파업을 멈추어달라"고 주장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 작성자는 "의료 정책에 있어서 의사들 생각이 중요한 건 맞다. 그렇지만 (전 국민 중 일부인) 13만 의사들의 의견이 정책에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 것이 옳은가"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온 사회에 영향을 줄 정책에 대해 특정 이익단체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을 거라고 지적했다. 작성자는 "의사가 의료 정책에 대해 일반 국민보다 더 잘 알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회 전체 입장에서 의사 수를 늘릴 때 의사의 의견을 참고하는 것을 넘어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에 모두가 동의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2021년도 제85회 의사국가시험 실기시험을 하루 앞두고 전공의들도 전전긍긍하고 있다. 국가고시에 응시하지 않으면 졸업을 해도 의사 면허가 없기 때문에 인턴, 레지던트는 물론이고 의사에게 허가된 의료행위를 할 수 없게 된다.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이하 국시원)에 따르면 지난 28일 기준 전체 응시자 3172명 중 약 90% 수준인 2823명이 원서 접수를 취소했다. 정부의 의료정책에 반대하면서도 국시 거부 및 동맹휴학 등 집단행동에 나서는 건 꺼려진다는 일부 학생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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