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케이티 페리 “암흑의 코로나 시대, 내 음악 빛 될 수 있다면”
3년 만의 5번째 정규 ‘Smile’…“우울증 겪으며 작업, 희망과 회복에 관한 음악”
코로나 팬데믹 시기 “불편한 얘기 더 해야”…딸 출산 “여성의 무한한 수용력 돌아보게 돼”
“K팝과의 협업, 거래 아닌 마음 움직일 때 할 것”
입력 : 2020-08-28 00:00:00 수정 : 2020-08-28 00:00:00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2년 전, 서울 고척돔 무대에 선 그를 보며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윌리 웡카 실사판 같다고 생각했다.
 
사람 눈 형상의 거대한 스크린과 T자형 돌출 무대, 그 위를 종횡하는 4m 높이의 홍학과 벌, 상어 의상을 뒤집어 쓴 댄서들. 곡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장치들이 등장했고 그에 맞는 조명과 영상, 의상이 실험적으로 변주됐다. 가운데 선 그는 ‘형형색색의 세계’를 지휘하며 상상의 세계들을 눈앞에 물리적으로 구현하는 마술사에 가까웠다. 2015년 ‘슈퍼볼 하프타임쇼’ 무대가 왜 팝 역사에 일대 사건이었는지를 몸소 증명하는 듯 했다. [뉴스토마토 2018년 4월10일 기사 참조, (리뷰)케이티 페리, 100톤 규모 '시각 예술'로 교감하다
 
세계 팝 음악계의 ‘윌리 웡카’ 케이티 페리(본명 캐서린 엘리자베스 허드슨, 35)가 돌아왔다. 입가에 멜랑콜리한 미소를 머금은 ‘어릿광대’ 얼굴을 하고서다. 28일 3년 만의 5번째 스튜디오 앨범 ‘Smile’이 전 세계 동시 발표된다. 2017~2018년 우울증으로 ‘어둠의 터널’을 지나 한 줄기 빛을 보기까지, 자신의 오롯한 삶의 이야기를 퓨어팝 장르의 12곡에 눌러 담았다.
 

케이티 페리는 이번 앨범 커버에서 입가에 멜랑콜리한 미소를 품은 어릿광대로 직접 분장했다. 평소 미소와 장난기가 많은 그이지만 "2~3년 전의 우울증으로 그것을 잃어버린 자신이 꼭 광대 같았다"고 술회했다.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지옥 헤치고 나온 어릿광대, 5집 ‘Smile’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유니버설뮤직 사옥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기거하는 이 팝스타와 화상으로 만났다. 분홍드레스에 헤어밴드를 차고 직사각 화면에 등장한 페리는 “2017~2018년 심각한 우울증을 겪는 도중 이번 앨범의 곡들을 썼다. 희망, 회복, 기쁨에 관한 노래”라며 “코로나로 이 세계가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지만 지옥을 헤치고 나온 내 노래가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그들의 힘듦을 극복하도록 도울 수 있기를 바란다”고 이번 앨범을 소개했다. 
 
직접 광대 분장을 하고 무심한 표정을 지은 앨범 커버는 이번 신보를 관통하는 커다란 줄기다. “사람들의 목구멍에 억지로 행복을 욱여넣고 싶지 않았다. 돌아보면 나 역시 웃음을 되찾기까지 수많은 정서적, 정신적 뭇매를 맞았던 것 같았다. 미소와 장난기를 잃은 슬픈 어릿광대의 이미지가 나와 비슷했던 것 같다.”
 
‘눈물이 나도 계속 춤을 춰(Just keep on dancing through those teary eyes)’, ‘죽어서 데이지 꽃에 덮이는 날까지 날 바꿀 순 없을 거야(You won’t change me until they cover me in daisies)’, ‘미소를 다시 찾을거야(Gotta get back that smile)’. 업 템포의 신나는 곡들 위로 한 땀, 한 땀의 바느질처럼 새긴 이번 신보 가사들은 그가 힘들 때 주문처럼 외우고 매달렸던 말들이다. “곡을 쓰기 가장 좋은 시기는 힘든 시기가 막 지나고 한 줄기 빛이 보일 때다. 터널 끝 밝은 곳으로 완전히 나왔을 때 보다는 동굴을 30% 정도 지났을 때부터 곡을 쓰곤 한다. 이 말들이 마음을 다잡게 도와줬다.”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논현로에 위치한 유니버설뮤직 사옥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기거하는 케이티 페리를 화상으로 만났다. 사진/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무대 위의 ‘윌리 웡커’, 이번엔 광대들의 서커스
 
‘대중성’을 척도로만 놓고 본다면 페리는 단연 21세기 최고의 여성 팝스타다. CCM 앨범이었던 데뷔작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발표한 네 장의 앨범으로 빌보드 넘버 원 송을 9개나 쏘아 올렸다. 이 중 2010년작 ‘Teenage Dream’ 한 장에서만 5곡이 나왔는데 이는 마이클 잭슨에 비견될 만한 기록이다. 정식 팝 음악계에 데뷔한 2008년부터 전 세계 도합 4500만장의 앨범 판매, 400억 이상의 스트리밍을 기록 중이다. 메가히트송 ‘Roar’의 유튜브 뮤직비디오 조회수는 31억뷰로 세계 여가수를 통틀어 1위며, 트위터 팔로어 수는 약 1억800여만명(방탄소년단의 약 6배 규모)에 이른다. 세계적 패션지 보그와 엘르 표지를 수차례 장식한 대중문화의 아이콘이기도 하다.
 
페리의 이름을 세계적으로 알린 사건은 단연 2015년의 슈퍼볼 무대다. 거대한 황금사자상에 올라타 맹렬한 야수처럼 포효하던 이 공연은 팝 역사에 일대 사건이었다. 체스 말들과 군무를 벌이며 ‘Dark Horse’를 부르고 별 모양 장식을 타고 객석 위를 날아다니는(‘Firework’) 거대 스케일은 대중음악 공연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후로도 페리는 우주와 해저, 장미밭 같은 상상력을 무대로 구현해왔다. 
 
이번 신보의 월드투어는 코로나19 여파로 잠시 미뤄뒀지만 ‘어떤 상상의 무대를 구현할 계획이냐’는 본보 기자의 질문에는 눈을 반짝였다. “케이티의 K가 들어가는 멋진 서커스와 광대들을 기대해도 좋다. 테마에 맞춰 옷 치장을 하고 진정한 파티를 열 것이다. 공연을 할 때 우리는 음악의 마법이라는 한 공통어를 쓰게 된다. 콘서트는 그저 비즈니스 전략이 아닌 상호 교류와 공감, 인류애에 대한 것이다.”
 
케이티 페리.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코로나 암흑기 “한 발짝 씩 앞으로 나아가길”
 
코로나19 팬데믹이 선언된 올해 초, 페리는 예비 엄마가 됐다. 신보 작업의 상당 부분은 임신 초기에 마쳤고 세부 수정 작업들은 침실 앞에서 해결했다. 간단한 장비와 작은 스피커2개를 갖다놓은 채. 마무리 작업 역시 차에서 이어폰으로 들으며 끝냈다. 그는 “감사하게도 아이를 임신한 상태에서 오히려 에너지가 많았던 것 같다”며 “코로나 시기와 임신에 의한 제약으로 해결책을 창의적으로 생각해야하는 과정들이 재미있었다”고 했다. 우연히도 앨범 발매일 직전, 딸을 출산했다.
 
인터뷰 당일 임신 상태였던 그는 “지금 내가 세상을 보는 관점은 태어날 딸에게 온전히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연약하고 보호받아야 할 존재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에 거의 ‘전투모드’다. 특히 세계 곳곳에 아이를 위한 기본적인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 대해 생각하게 되고 도와야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뜨거워진다”고 했다. 실제로 그는 이전에도 유니세프 미국 홍보대사로 임명돼 아이들을 위한 국제 구호 활동을 해왔다. 마다가스카르, 베트남에서의 봉사 활동으로 2016년 유니세프에서 수여하는 ‘오드리 헵번 휴머니타리안 어워즈’ 상을 받았다.
 
이번 앨범의 마지막 수록곡 ‘What Makes A Woman’는 지금의 페리를 규정하는 곡. 여성이 지닌 무한한 수용력에 관한 메시지를 설파한다. “여성으로서 산다는 건 균형을 잡는 일이다. 엄마로서 새로운 역할을 시작한다는 점은 내게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케이티 페리.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이날 2시간 가량의 인터뷰 동안 페리의 당차고 활기찬 어조는 그의 굳세고 단단한 노랫말들과 아주 흡사했다. 자유롭게 이동하며 물을 마시는 소탈한 모습도 보였다. “‘오픈 북’처럼 열린 마음가짐으로 스스로 내면의 어려움을 곡에 그대로 풀어 내왔던 것 같다”는 그는 “엄마가 된 이후엔 약자들, 정의를 위한 본능이 더욱 강해질 것이다. 그 불타오르는 열정을 곡을 쓰는 데도 두려움 없이 반영할 것”이라고 당차게 얘기했다.
 
오늘날 팬데믹 상황에 관해서는 그 역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거의 철학자나 사상가 같은 수준의 면모로 이 세계를 분석했다.
 
“코로나19 이전부터 존재해왔던 문제들이 팬데믹과 락다운(대규모 봉쇄)로 대두되거나 발현되는 것 같다. 심판의 한 해처럼 우리는 자신들의 가장 흉한 면을 대면하고 있다. 인류가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지만 이럴 때 일수록 공개적으로 불편한 이야기를 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 해결책은 더 나오고 압박은 줄어들 것이다. 내 이번 신보 역시 한발짝 씩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자는 이야기다.” 
 
케이티 페리. 사진/유니버설뮤직코리아
 
“최고의 팝스타보다는 좋은 사람이 될 것”
 
최근 K팝 아이돌 그룹은 레이디 가가, 셀레나 고메즈, 할시 등 해외의 세계적인 팝스타들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추세다. 페리는 K팝과의 협업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수치적인 결과보다 정말 좋은 곡이 될 수 있다면” 진행하겠다는 소신을 피력했다. 
 
“과거 전설적인 아티스트들과 협업했는데 생각보다 좋지 않아 발표하지 않았던 케이스가 여러 차례 있었다. K팝과의 협업도 곡이 정말 좋다거나 진정성이 없다면 추진하지 않을 것이다. 수치적인 결과를 기대해 협업이 성사되는 경우도 있지만 나는 숫자가 아닌 마음을 움직이는 협업을 원한다.”
 
그룹 블랙핑크를 언급한 그는 “정말 섹시하게 느껴지거나 공감하게 하는 멋진 곡이 있다면 협업할 것”이라면서도 “(나 자신은) 협업에 관한 한 아주 엄격한 순수주의자이며 메시지에 대해 매우 방어적이다. 거래가 아닌 특별한 순간을 만들길 원한다”고 강조했다.
 
이 올곧게 자신의 길을 가는 뮤지션의 최종 목표는 무엇일까. “내 몸에 숨이 남아 있는 한 계속 음악을 만들 것”이라던 그가 차분히 말을 이었다.
 
“그동안 최고의 팝스타 자리를 두고 고군분투했다면 이제는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최고의 엄마, 최고의 아내, 최고의 여동생, 딸이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아티스트라는 하나의 차원만을 위해 노력하고 싶진 않다. 내가 깨달은 메시지를 대중에게 전달하고 싶어 노래하는 것이다. 전달할 메시지가 없다면 이 일을 하지 않을 것이다.”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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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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