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조국의 '따박따박 언론 전쟁'
입력 : 2020-08-27 06:00:00 수정 : 2020-08-27 18:36:04
이강윤 언론인
조국 교수 부부 공소사실 중 법원이 인정하지 않거나("사모펀드와 조국은 무관"), 민정수석 재직 당시 직원이었던 윤규근총경의 무죄판결이 나오면서 "무리한 수사가 아니었느냐"는 여론이 꼬리를 물고 있다. 조 교수가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혐의에 대해 "하나하나 따박따박 끝까지 간다"며 민-형사소송을 제기하고 나서자 희한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인터넷에서 우수수 소리가 요란하다. 각 매체들이 그간 올린 기사를 삭제하느라 나는 소리다.
 
<미디어오늘>이 '빅 카인즈'로 집계한 바에 따르면, 조국 장관지명부터 장관사퇴까지 두 달간 조국 관련 기사는 2만9291건이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운영하는 빅 카인즈는 국내 54개 언론사의 뉴스아카이브 플랫폼으로, 종편4사와 연합뉴스 등 통신사는 집계대상이 아니다. 검찰 수사착수부터 현재까지 1년 간 쏟아져 나온 기사는 총 130만건이 넘는 것으로 파악된다. 130만건. 기자 1000명이 1년간 1300건 씩 써야 가능한 수치다. 기자 1인당 1년 365일 단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3.6건의 기사를 썼다는 얘기다. 세상에 불가능은 없다더니, 이런 일이 실제 벌어졌다. 지난 1년 간.
 
조 교수는 제1호로 '옵티머스' 보도 관련, 지난 7월14일 조선-중앙일보를 상대로 언론중재위원회에 반론청구를 신청했다. 양 사는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수용, 불과 보름만인 7월30일 조정이 성립돼 조 교수의 반론이 우표만하게 <알려왔습니다>라고 실렸다. 말이 반론이지 형식이나 내용은 무성의하기 짝이 없었다. 양 사는 왜 신속하게 청구인 요구를 수용했을까. 중재위에서 조정이 안돼 정식재판으로 가고, 패소할 경우 물게 될 비용이 무서웠을까. 보도 당시 확실한 팩트를 기사화했다면, 망가질 대로 망가진 한 시민의 반론청구 정도는 깔아뭉개는 게 저간의 '빅3' 방식 아니었나.
 
소송 2호는 월간조선 전 편집장 우종창 씨. 우씨는 2018년 3월 유튜브에서 "조국 민정수석이 최순실씨 1심선고 직전 국정농단재판 주심 김세윤 부장판사를 청와대 인근에서 만나 식사했다는 제보를 받았다"고 방송했다가, 명예훼손으로 고소됐다. 1심 법원은 "제보자 신원은 밝히지 않고 합리적 근거나 검증 없이 막연한 추측으로 허위사실을 방송한 것으로 보인다"며 징역8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그는 "감옥통신을 계속 내겠다"고 했다. 자신을 민주화운동 투사이자 양심수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끝까지 진실을 파헤쳐 무죄를 밝히겠다는 거야 누가 말리겠는가. 과문한 탓인지 아직 그의 감옥통신은 구경도 못했다.
 
조 교수 측을 '묻지마 옹호'하려는 것 아니다. 잘잘못은 법원에서 가리는 중이고, 최상급심 결정이 나오려면 1~2년은 족히 걸릴 것이다. 필자는 조국사태를 통해 또 한번 드러난 한국언론의 용렬한 실상을 고발하는 것이다. 소송 한 마디에 "앗 뜨거"하며 우수수 기사를 내릴 거면, 처음부터 부동의 팩트를 가치중립적으로 보도했어야 한다. 기사작성법이나 뉴스편집론 1장에 나오는 얘기다.
 
언론의 속보경쟁을 교묘하게 악용하는 검찰도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수사보다 정치를 빨리 배운 일부 검사가 그들이다. 피의사실공표죄는 언론-검찰 간 짬짜미로 유명무실해진지 오래다. 그런 짬짜미 바로잡고, 올가미수사 금지시키자는 게 검찰개혁인데, 아직 콧방귀도 안뀌는 듯하다.
 
사시 패스라는 자격증을 '완장'으로 여기고, 상황봐서 조였다가 풀기를 반복하며 검찰조직의 위세와 이익을 위해 똬리 튼 악습. 특정 매체 골라 슬쩍 흘리고 여론 쥐락펴락해가며 '상황 관리'해온 검찰 관행을 기자들이 모를 리 없다. 혹시 '기사 흘려주는 매체'에 포함되기 위해 피의사실공표죄를 외면한 공범은 아닌가. 언론은 동업자나 부역자 신세를 면하기 힘들다.
 
검사 출신 이연주변호사가 페이스북에 7월28일 게시한 글은, 민망해서 차마 읽을 수 없을 정도로 '검-언공범 실상'을 낱낱이 보여준다. 한 대목 인용한다. "한동훈 검사장의 별명은 '편집국장'이었어. 굵직한 기사거리를 흘려줄 뿐만 아니라, 어떤 기사를 어느 언론에 언제 푸는 게 가장 효과적인지도 잘 판단했다고 해. 가령 국정농단수사 때는 JTBC, 조국 수사는 동아일보에 특종이나 단독을 잘 흘렸지." 전두환 5공시절 언론통제 주범이었던 허문도 씨가 울고 갈 판이다.
 
조 교수에게는 지옥같은 일이겠고, 언론으로서도 더 없는 수모겠지만, 인격살인 기사를 발본색원할 마지막 기회다. 국회는 언론폭력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입법해야 한다. "언론자유를 위축시킨다"며 들고일어설 것이다. 언론자유란, 입맛에 맞는 팩트 위주로 취사선택해 한 쪽으로 몰고가거나, 아니면 말고 식의 '카더라 인격살인'까지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 국민 수준에 맞는 언론을 가질 권리가 있다. 그 권리를 법제화시켜 언론의 질과 품격을 높여야 한다. '한동훈 편집국장' 사례에서 봤듯,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은 한 몸에 머리가 둘인 메두사이자, 이란성 쌍생아다.
 
이강윤 언론인(pen3379@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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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주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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