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열심히 준비했는데"…빛 못 보는 정유사 탈황설비
저유황유, 올초 대비 가격 반토막
2020-08-24 05:31:00 2020-08-24 05:31:00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코로나19 확산세 장기화로 경기 불황이 계속되면서 국내 정유사들이 그동안 투자했던 저유황유가 빛을 못 보는 상황에 이르렀다. 해운업계 전체 물동량이 줄자 저유황유 시황이 부진을 거듭하고, 가격도 가파르게 하락하면서다.
 
23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이달 시장에서 거래되는 저유황유 가격은 배럴당 53달러 수준으로, 올해 1월 가격인 102.6달러보다 절반가량 하락했다. 올 초 국제 환경규제인 IMO2020 시행에 따른 기저효과를 고려하더라도 코로나19 확산세가 시작된 이후 꾸준히 내리막길을 걸은 셈이다. 
 
SK에너지 감압잔사유 탈황설비(VRDS) 전경. 사진/SK에너지
 
저유황유의 가격이 떨어지면서 기존 선박 연료로 사용됐던 고유황유와의 가격 차이도 크게 줄었다. 저유황유를 생산하기 위해선 고도화된 탈황 설비를 통해 황 함량을 낮추는 작업이 필요한 만큼 통상 고유황유보다 가격이 40~50% 높지만, 현재는 10~20% 비싼 정도에 머물고 있다. 정유사들이 그동안 탈황 설비에 투자한 금액을 가격에서 보상받기 힘들어진 것이다.
 
SK이노베이션,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국내 정유 4사가 저유황유에 건 기대는 컸다. 올 초 IMO2020 시행에 따른 저유황유 호황을 예상해 지난해부터 탈황 설비를 대폭 늘린 바 있다. 실제 SK에너지는 투자액 1조원 규모의 감안잔사유탈황설비(VRSD)를 당초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울산에서 올 3월 말부터 상업 생산에 들어간 바 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 선박용 저유황유 전용 생산설비를 구축하고 선박 연료 브랜드를 출시하는 등 저유황유에 투자했고, 에쓰오일도 울산 공장에서 잔사유 내 황을 제거하는 설비를 증설한 했다. GS칼텍스도 당초 공장 연료로 쓰던 저유황유를 판매용 선박유로 돌려 수익성을 보완했다.
 
업계 관계자는 "올 상반기 정유사들의 실적 부진에서 그나마 일부 선방하는 데 일조했던 것이 저유황유였는데, 가격이 계속 떨어지고 있어 하반기도 걱정"이라며 "여기에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유 수요도 덩달아 회복세를 타지 못해 하반기 수익성에 악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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