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전멸 위기 LCC)①갈 곳 없는 LCC…심해지는 출혈경쟁
꽉 막힌 국제선 피해 국내선 경쟁적 확대
제주·부산 등 '포화 노선'에 또 신규 취항
'작은 파이 쪼개기'에 매출, 10분의 1로
2020-08-10 06:01:02 2020-08-10 06:01:02
코로나19가 200일 넘도록 전 세계를 휩쓸면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전멸 위기에 처했다. 기초 체력이 약했던 이스타항공은 파산 위기에 몰렸고 근근이 버티고 있는 다른 항공사들의 매각설도 끊이질 않고 있다. 회사가 어려워지자 직원들의 신음도 커지고 있다. 꽉 찬 월급을 받아본 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정부의 지원금이 8월 중 끊길 것으로 예상되면서 9월부터는 무급휴직이 예정된 곳도 많다. 정부는 항공사들을 추가 지원한다는 방침이지만 자구책을 전제로 규모가 큰 곳부터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중·소 LCC들의 경영난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편집자주)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LCC들이 갈 곳을 잃었다. 코로나19 충격 속에서 반년을 보내며 국제선이 끊긴 LCC들은 일부 국내선만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6개의 LCC가 한정된 파이를 잘게 나누다 보니 출혈 경쟁도 심해지고 있다.
 
9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LCC들은 제주, 김포, 울산 등 국내 주요 도시를 위주로 노선을 확장하고 있다. 국제선의 경우 아직 각종 제한이 걸려 있고 여행 수요도 많지 않아 열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LCC 1위 제주항공은 김포 출발의 경우 부산·제주·광주·여수 4개 노선을 운영 중이다. 여수~제주 등 지방 출발 노선까지 더하면 모두 8개의 국내선 정기 노선을 운영 중이다.
 
진에어도 최근 국내 5개 노선에 동시에 신규 취항하며 국내선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6월에는 △김포~여수 △여수~제주 노선 취항을 시작했고 앞서 5월에는 △김포~부산 △대구~제주 △김포~광주 노선 운항을 시작했다. 이로써 국내 LCC 중 가장 많은 13개의 국내선을 운영하게 됐다.
 
티웨이항공도 △광주~양양 △부산~양양에 취항하면서 국내선을 8개로 늘렸고 에어부산은 △부산~김포 △울산~김포 등 5개 노선에 취항 중이다. 신생 항공사인 플라이강원도 양양~대구 노선을 신설하며 활로 모색에 나섰다. 항공권과 서핑을 결합한 '에어서핑' 상품도 선보이며 국내 여행객 잡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LCC들의 경영난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일부 국내선을 두고 출혈경쟁이 이어지며 수익성은 내리막을 걷고 있다. 사진/뉴시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길이 막히고 LCC들이 경쟁적으로 노선을 늘리며 실제로 국내선 수요도 늘고 있다. 국토교통부 항공정보포털시스템에 따르면 제주항공과 진에어, 티웨이항공, 에어부산 4개 LCC의 올해 6월 국내선 여객 수는 138만5480명으로 두 달 전인 4월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올해 2분기 국내선 여객 수송량은 전년 동기 대비 38.1% 감소했는데 국제선 승객이 97.9% 줄어든 것과 비교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제주와 부산 등 탑승률이 높은 일부 노선을 중심으로 출혈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생존을 위해 같은 노선을 동시에 취항하며 이른바 '팀킬'에까지 나선 상황이다. 에어부산은 김포~부산 노선을 이미 매일 11회씩 운영 중인데 에어서울도 오는 21일부터 이 노선에 하루 4편의 항공기를 띄우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김포~부산 노선에는 대형항공사 대한항공을 포함해 모두 6개의 항공사가 항공기를 띄우게 됐다. 이 노선의 경우 지난 6월 전년 동기보다 항공편이 1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국제선은 막히고 국내선은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LCC들의 실적도 곤두박질치고 있다. 상장 4사 중 유일하게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제주항공은 36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88.5% 급감한 실적을 냈다. 영업손실도 847억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악의 적자를 냈다.
 
이밖에 진에어, 티웨이항공도 전 분기보다 약 2배 급증한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예상돼 앞날이 캄캄한 상황이다. 한 LCC 업계 관계자는 "올해 안에 흑자전환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며 "직원들의 고통 분담으로 겨우 버티고 있는 상황으로 정부 지원금이 끊기면 LCC 대부분이 당장 파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