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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농협은행 농지비 지출에 '경영유의'
상반기에만 1520억 입금…금감원 배율산정 등 개선요구…은행측 "농가지원 필요"
2020-08-07 06:00:00 2020-08-07 15:26:06
[뉴스토마토 신병남 기자] 농협은행이 금융감독원의 개선 요구에도 불구하고 지난 1분기와 동일한 2분기 농업지원사업비(농지비)를 농협중앙회에 전달했다. 코로나19로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 확대가 요구되는 상황에서 적절성을 따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은행이 올해 상반기 농지비 명목으로 농협중앙회에 납부한 금액은 전년동기 대비 1.4% 증가한 1520억원이다. 1·2분기 각각 760억을 납부해 금액 변동이 없다면 올해 농지비로 3040억원을 지출하게 된다. 
 
농지비는 농협협동조합법에 따라 농협이라는 브랜드 사용의 대가로 분기별 농협중앙회에 영리법인이 납부하는 비용이다. 영업익 또는 매출액의 2.5% 범위에서 매년 11월경 총회에서 내년도 부과율을 정한다. 농협은행의 농지비는 지난 2017년 2895억원에서 2018년 2915억원, 2019년 2997억원으로 연간 평균 1.6%씩 증가해왔다.
 
금감원은 이 같은 농지비 납부가 과다하다고 지적했다. 납부 금액이 은행의 해당연도 손익규모 등 재무 현황과 무관하게 결정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지난 6월에는 농협은행에 농지비 산정방식 합리화와 관련해 경영유의 조치를 내렸다. 금감원 공개안에 따르면 2016년에는 그해 회계상 이익 중 대부분을 농지비로 지출하기도 했다. 경영유의 조치를 받은 은행은 6개월 이내에 개선·대응을 방안 금감원에 제출해야 한다.
 
농협은행은 농협중앙회가 농지비를 산정하기에 즉각적인 개선은 어렵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농지비를 내는 다른 계열사들과의 형평성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농업 지원 차원에서 주관 부처인 농축산부와 중앙회 정관에 따라 규정대로 납부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브랜드사용료 지급 근거만 있을 뿐 구체적인 규모나 배율은 비공개로 정한다. 
 
일각에선 정부가 코로나19 장기화를 우려해 은행에 건전성 강화하기 위한 자본 여력 확보를 주문하고 있어 계속해 농가 지원이란 명문을 내세우긴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있다. 금감원은 앞서 농협은행에 전달한 경영유의 조치에서 농협은행이 자본 적정성도 제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농지비 관련 경영유의 조치에 뒤이어 수년째 낮게 유지하고 있는 단순자기자본비율을 꼬집었다.
 
농협은행의 1분기 말 단순자기자본비율은 직전분기 대비 0.13%포인트 떨어진 4.21%다. 주요 은행들이 5%를 상회하지만 농협은행은 시스템적 중요은행에 적용되는 당국 지도 비율인 4%를 소폭 웃돈다. 이는 위험 자산을 대비할 자본량이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코로나로 부실 차주 발생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농협은행이 이러한 당국의 요구를 외면한 체 자기 입장만을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농협은행이 금융감독원의 개선 요구에도 2분기 농업지원사업비 760억원을 중앙회에 전달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에 위치한 농협은행 본사. 사진/뉴시스
 
신병남 기자 fellsic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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