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모텔 가자'며 손목 잡아 끌었다면 '강제추행'"
"성적 동기 내포돼 있어 추행의 고의 인정…피해자가 설득해 택시 태워 보냈어도 죄 성립"
입력 : 2020-08-05 06:00:00 수정 : 2020-08-05 15:59:41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직상 상사가 회식을 끝낸 뒤 홀로 남은 신입 여사원에게 모텔에 같이 가자며 손목을 잡아 끌었다면 강제추행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박상옥 대법관)는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상고심에서 세개의 혐의 사실 중 이같은 혐의 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으로 되돌려 보냈다고 5일 밝혔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대법원
 
A씨는 2017년 7월 직원 회식을 마친 뒤 같은 회사 여직원 B씨와 회식 장소 인근 골목길에서 단둘이 남게 되자 '모텔에 같이 가자'고 했다. B씨가 거절했는데도 A씨는 “모텔에 함께 가고 싶다, 모텔에 같이 안 갈 이유가 뭐가 있냐?”며 강제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 끌었다. B씨가 계속 거부하자 A씨는 바닥에서 자겠다면서 주저앉는 등 떼를 쓰기도 했지만 B씨가 '내일 출근해야 한다'면서 설득해 결국 B씨가 잡아 준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B씨가 입사한 지 석달쯤 되던 때 일어난 일이었다.
 
강제추행 행위는 일주일 뒤 회사 사무실 내에서 또 발생했다. A씨는 자신 외에 사무실에 아무도 없게 되자 책상에 앉아 일하고 있던 B씨 뒤로 다가가 몸을 바짝 밀착한 뒤 B씨의 얼굴 옆에서 "어때 떨려? 두근거려?, 왜 입술을 자꾸 핥고 깨무느냐?"는 등의 말을 속삭이며 갑자기 컴퓨터 마우스를 쥐고 있던 B씨 오른쪽 손등에 자신의 오른손을 올려 B씨의 손을 만졌다.
 
석달쯤 뒤 직원 회식 자리에서도 A씨는 B씨가 앉아 있던 의자 뒤로 다가와 몸을 밀착한 뒤 "OO씨, 2차 가요"라고 말하면서 B씨의 어깨, 허리 부위를 계속 손으로 만져 강제추행했다. B씨는 직장 상사로서의 A씨와의 관계, 회사생활에 미칠 영향 등을 고민하다가 수개월이 지난 뒤에서야 A씨를 고소했다.  
 
1심은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를 선고하고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치료강의 40시간 수강과 아동·청소는 관련기관 등에 3년간 취업제한을 명했다.
 
그러나 2심은 회사 내에서의 강제추행만 유죄로 인정하고 벌금 300만원으로 형을 감형했다. 취업제한도 1년만 명했다. 다만 1심과 달리 장애인복지시설 취업제한을 포함했다.
 
재판부는 첫번째 혐의에 대해 "성희롱으로 볼 수 있는 언동으로 볼 수 있을지언정 강제추행죄에서의 ‘추행’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접촉한 신체부위가 손목이기 때문에 그 자체만으로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 신체부위라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손목을 잡아 끌었을 뿐 쓰다듬거나 안으려고 하는 등 성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는 다른 행동에까지 나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사건 당시 A씨를 설득한 뒤 택시에 태워 귀가시킨 점을 보면 A씨의 행위에 반항하는 것이 불가능하거나 곤란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세번째 혐의에 대해서는 B씨의 진술이 일관되지 못해 신빙성이 없다면서 무죄로 봤다. 경찰 조사에서 이 부분 피해사실에 대해 진술하지 않은 점, 당시 당했다고 주장하는 강제추행 내용이 다른 두 건보다 중했는데도 고소장에 기재하지 않은 점 등을 이유로 들었다. 검사와 A씨가 모두 상고했다.
 
대법원은 2심이 무죄로 판단한 첫번째 강제추행 혐의를 유죄로 추가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모텔에 가자고 하면서 피해자의 손목을 잡아끈 행위에는 이미 성적인 동기가 내포돼 있어 추행의 고의가 인정된다"면서 "더 나아가 피해자를 쓰다듬거나 피해자를 안으려고 하는 등의 행위가 있어야만 성적으로 의미가 있는 행동이라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이 접촉한 피해자의 특정 신체부위만을 기준으로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는지 여부가 구별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또 "피해자는 회사에 입사한 지 약 3개월 된 신입사원이고, 피고인은 피해자와 같은 부서에 근무하는 직장 상사인 점, 피고인은 피해자를 포함한 동료 직원들과 함께 밤늦게 회식을 마친 후 피해자와 단둘이 남게 된 상황에서 벌어진 일인 점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의 행위는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이루어진 것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성적 자유를 침해하는 유형력의 행사에 해당하고, 일반인에게도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키게 할 수 있는 추행행위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추행행위와 동시에 저질러지는 폭행행위는 반드시 상대방의 의사를 억압할 정도의 것임을 요하지 않는다"며 "비록 피해자가 이후에 피고인을 설득해 택시에 태워서 보냈다고 하더라도 강제추행죄의 성립에는 영향이 없다"고 판시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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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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