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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외 나가려 했던 통합당 하루만에 원내투쟁 선회
김종인 "아직 장외 나설 단계 아냐"…과거회귀 비판 우려
2020-07-30 16:04:17 2020-07-30 16:04:17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여당의 부동산 입법 속도전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미래통합당이 대여투쟁 방식으로 국회에서 상임위 회의와 기자회견을 통한 여론전에 집중하는 원내투쟁 방향으로 가닥을 잡았다. 당초 여당에 맞서 장내외 투쟁을 병행하겠다는 입장에서 급선회한 것이다. 자칫 장외투쟁에 나섰다가 '구태 답습', '과거회귀'라는 비판의 화살이 통합당으로 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30일 국회에서 비대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수준이 옛날과 달라졌기 때문에 무조건 의원들이 밖으로 뛰어나가 장외투쟁을 한다는 것 자체가 능사가 아니다"라며 "최종적 수단이 장외투쟁인데, 아직까지 그런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발언은 전날 장내외 투쟁을 병행해야 한다는 중진 의원들의 주장에 공감을 나타냈던 것과는 달라진 기류였다. 주호영 원내대표도 "장외투쟁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더 고민해보기로 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통합당 의원들이 3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정부여당 규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다만 통합당이 장외투쟁 카드를 아예 접은 것은 아니다. 주 원내대표는 의원총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장외투쟁을 좋아하지도 않지만 그 가능성을 닫지도 않을 것"이라며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폭우가 내려 전국이 비상상태고 또 휴가철, 여름 더위가 겹치고 코로나19 때문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있어 시기적으로 고민하고 있다"며 "방식도 어떤 방식으로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만약 장외투쟁에 나서더라도 국회를 전면적으로 보이콧하지는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통합당 내부에서는 원내투쟁 방식으로 상임위 회의와 본회의장에서의 발언을 통해 여당 견제에 나서자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 위원장은 "상임위와 본회의장에서 가급적 많은 발언을 해서 국민이 국회 실상을 알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는 게 의원들의 사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통합당은 이날 부동산 입법을 처리하기 위해 열린 본회의에서도 반대토론만 한 후 퇴장했다. 또다른 투쟁방안으로 지역구별 여론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유튜브 활용, 리본 착용 및 플랜카드 설치 등이 제안되기도 했다.
 
하지만 통합당 일각에서는 여전히 여당의 독주에 저항하기 위해 장외투쟁을 불사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여당이 7·10 부동산 대책 후속법안들을 강행처리하고,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박지원 국가정보원장 인사청문보고서를 단독 채택한 데 대해 강력하게 투쟁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일각에서는 민주당 소속 상임위원장들의 일방적 의사일정 진행이 이어짐에 따라 통합당이 다시 자당 몫의 7개 상임위를 받아와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제기됐지만 김 위원장과 주 원내대표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여투쟁 방식에 대한 통합당의 입장 선회는 당 지도부의 장단기 대여투쟁 전략이 없다는 점을 고스란히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대학원 교수는 <뉴스토마토>와 통화에서 "통합당이 국토교통위원장을 받았으면 얼마나 좋았겠느냐"며 "원내 전략에 대한 포석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 다음 입법부터 어떻게 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여당으로부터 담보를 받고 협상에 들어가야 한다"며 "통합당 몫의 상임위를 찾아서 제1야당으로서의 위치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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