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이스타항공 실소유주이자 대주주인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의원 일가가 체불임금 해결을 위해 모든 지분을 회사에 헌납한다고 했지만 직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경영진이 제주항공에 매각대금을 받기 전까지는 체불임금 해결 계획을 세울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매각이 성사되지 못하면 이 의원의 지분은 그야말로 '휴지 조각'이 될 수도 있어 직원들의 상황은 캄캄한 상황이다.
30일 이스타항공 노조에 따르면 이상직 일가가 지분 헌납을 결정했지만 경영진은 체불임금 해결에 대한 계획은 전무한 상태다. 한 이스타항공 노동조합원은 "헌납을 하더라도 당장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이스타항공 박이삼 조종사노조위원장 등 노조 소속 참가자들이 29일 서울 강서구 이스타항공 본사에서 사측의 제주항공 인수합병 관련 기자회견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일각에선 이상직 의원이 전체 지분을 포함한 모든 것을 내려놓겠다고 한 것에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한가람 이스타항공 노조 대의원은 "이스타항공 측에서 제시한 자료를 보면 이상직 의원 앞에 전환사채(CB)는 완전히 포기하지 않고, 추후 협상 여지를 남겨뒀다"며 "단순히 제주항공을 협상 테이블에 앉히기 위해 승부수를 던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노조위원장도 "만약 이상직 의원이 인수·합병(M&A)을 성사시킬 의지가 있다면 사재 투입을 통해 체불한 임금을 해결하고 지분 차익으로 이를 추후에 보전해야 할 것"이라며 "지금 상황에 지분 반납은 헌납이 아니라 발을 빼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는 이 의원이 지분을 회사로 돌려도 부채를 상환하고 매각에 따른 세금을 내면 실제 남는 금액은 50억원이 채 안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 돈으로 체불임금을 해결하겠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직원들의 체불임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달까지 체불한 임금은 총 250억원 가량인데, 7월 안에 매각이 완료된다고 해도 이 금액은 300억원까지 늘어난다. 한 달에 지출하는 직원들의 급여 규모는 약 50억원이기 때문이다.
이스타항공 직원들은 5개월째 밀린 월급에 극심한 생활고를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일부 직원들은 마이너스통장을 통해 생계를 유지하고, 차는 물론 집까지 팔아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생활고 이외에 정신적인 고통도 심각하다. 직원 730여명이 모여있는 오픈 채팅방엔 밤마다 '죽고 싶다'는 글이 올라온다고 전해졌다.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 소유주의 지분 헌납과 M&A 성사는 '별개의 것'이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최근 지분 헌납 관련 기자회견에 대해서도 "전혀 조율되지 않은 행보"라며 "제주항공도 기사로 해당 내용을 접했고 현재 상황 파악 중"이라고 말을 아꼈다. 제주항공은 체불임금이 이스타항공에서 일차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며, 체불임금 해소를 제외하고도 아직 충족되지 않은 선결 조건들이 남아있다는 입장이다. 실제 아직 베트남의 해외 기업결합 심사와 타이 이스타젯 지급 보증 등의 문제가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스타항공은 7월 6일 매각을 위한 임시 주주총회를 기다리고 있지만, 여전히 상정할 안건은 없다. 인수자인 제주항공 임시 주총 참여에 대한 의지가 없기 때문이다. 앞서 지난 26일 열린 주총에선 단 한 건의 안건도 없이 노조 측과 사측의 질의응답만 가진 후 주총을 다음 달로 연기한 바 있다. 이날 주총에서 최종구 이스타항공 대표이사는 "제주항공도 많이 어렵겠지만, 이스타항공에 최악의 상황이 현실화한단면 제주항공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며 제주항공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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