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의 경제편편)검찰은 좌고우면할 필요 없다
입력 : 2020-07-01 06:00:00 수정 : 2020-07-01 06:00:00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잠정 면죄부'를 받았다.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가 지난 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수사를 중단하고 불기소하라고 권고한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2018년 초 시행된 이후 8차례 열렸다. 검찰은 지금까지 수사심의위 권고를 모두 따랐다. 그러니 이번 결정을 두고 검찰은 큰 부담을 느끼게 됐다. 그런 전례를 거스르려면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 반면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그룹은 만족스러울 것이다.
 
수사심의위는 법조계, 학계, 언론계, 시민단체, 문화·예술계 등 사회 각계의 다양한 인사로 구성돼 있다. 검찰권 행사에 시민 사회 의견을 반영한다는 취지일 것이다. 말하자면 일반 시민의 건전한 상식이나 집단지성을 수사에 반영해 보자는 취지라고 풀이된다. 충분히 공감할 수 있는 제도다. 고대 그리스로부터 전해져 온 민회재판이나 배심원 재판의 21세기 한국 검찰판이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렇지만 이번 이재용 부회장 사건은 그러한 상식 수준의 판단으로는 결정하기 어려운 사건이다. 경제문제, 특히 기업회계나 주식시장의 운동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 어렵고 복잡한 사건이기에 검찰도 지난 1년7개월여 동안 수사를 진행했다.
 
여러 보도에 따르면 이날 상당수 위원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적용된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가 쉽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고 한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다. 더욱이 삼성은 오랫동안 검찰이나 사법부와 상대하면서 나름대로 노하우를 쌓아왔다. 그런 삼성을 대상으로 한 수사이기에 더욱 어려울 것이다. 수사에 오랜 시간이 소요됐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런 어려움이 능히 짐작된다.
 
그렇다고 그것이 중단하거나 포기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오히려 어려운 일일수록 더 열심히 수사하고 미진한 부분을 보강해서 신중하게 판단해 보라고 권고했더라면 좋았을 것으로 생각된다.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나 무리한 일이 있었다면 물론 지적돼야 한다. 그러나 그런 지적이 제기됐다는 이야기는 전해지지 않는다. 아무튼 오랜 시간 공들인 수사팀의 노고가 한나절의 회의에 의해 부정당한 셈이다. 수사팀으로서는 몹시 허탈할 것이다.
 
신중한 법원도 마찬가지로 부정당했다고 할 수 있다. 법원은 지난 9일 이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하면서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함부로 인신구속하지 말고 법정에서 서로 정정당당하게 겨뤄보라는 취지로 들린다. 중용의 이치에 부합하고 논리정연한 결론이었다. 그렇지만 아예 기소하지 말라고 한 수사심의위원회의 결론에 따르면 법원의 판단도 무의미해진다. 한 마디로 수사심의위는 돌 하나 던져서 나는 새 2마리를 동시에 떨어뜨린 셈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국정농단 사건이 불거진 2016년 11월 이후 지금까지 무려 3년7개월간 법원과 검찰에 불려 다녔다. 특히 2017년 2월부터 1년 가까이 영어의 몸이 되기도 했다.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파기환송심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러니 이재용 부회장을 기소할 경우 삼성그룹의 경영에 부담을 준다는 주장도 무조건 배척할 수만은 없을 것이다.
 
그런 와중에도 삼성은 반도체 등의 투자를 계속 진행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4세승계 포기를 선언하는 등 나름대로 새로운 면모를 보이려 시도하고 있다. 이른바 '뉴삼성'이다. 분명히 삼성은 지금 매우 중요한 분기점에 와 있다.
 
그러므로 이재용 부회장 구속영장 청구를 기각한 법원의 결정도 이해된다. 인신구속이란 본래 신중해야 마땅하다. 이재용 부회장의 경우처럼 신원이 확실하고 기업경영의 막중한 책임을 짊어진 사람을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게 하는 것을 탓할 수는 없다.
 
삼성이 합병과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무리한 범법행위가 없었는지 따져볼 필요 자체가 사라진 것도 아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이 하는 일은 다른 재벌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특히 편법경영을 할 경우 재벌은 물론 중소규모의 많은 천민적 기업도 흉내 낸다. 따라서 문제가 드러났을 경우 충분한 심리와 사법적 판단을 통해 잘잘못을 규명하고 후일을 위한 경계로 삼아야 한다.
 
수사심의위는 애초 부당한 인권탄압과 검찰권 남용을 억제하기 위해 설치된 것이다. 그런 수사심의위가 재벌에 대한 사법적 처리를 막아주는 수단으로 활용돼서는 안 된다. 그것은 애초 취지에서 어긋난 일이 아닌가 한다. 검찰은 지금 좌고우면할 필요 없다. 애초 방침대로 소신껏 하면 된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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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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