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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볼턴 회고록의 행간과 6.25전쟁
2020-06-25 06:00:00 2020-06-25 06:00:00
상당히 무례하고, 호전적이며, 한국을 무시해왔던 존 볼턴 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의 회고록이 세상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을 막고 금전적 이득을 얻기 위하여 저술한 볼턴의 회고록에서 우리가 찾아낼 수 있는 행간은 다음과 같다. 
 
우선, 2018년 3월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김정은의 초청장을 건넸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충동적으로 수용하면서 북한과 미국 간의 정상회담이 시작되었는데, 이러한 제안과 모든 외교적 춤판은 결국 한국이 만들어 낸 작품으로, 한국의 통일 의제와 관련된 것이었다는 점이다. 
 
또한, 볼턴이 비록 우리 대통령의 중재 노력을 평가 절하하며 마치 대통령이 남북미 회담에서 생색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던 것처럼 내용을 왜곡하기는 했지만, 그가 쓴 글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하더라도 분명한 것은 한국이 김정은에게 ‘CVID’에 동의하도록 밀어 붙였고, 김정은이 이에 따르는 것처럼 보였으며, 문 대통령은 북한이 받을 수 있는 혜택은 비핵화 완수되라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러한 우리 대통령의 노력으로, 싱가폴 회담에서 김정은은 더 이상 핵실험은 없을 것이며, 불가역적 방법으로 비핵화를 하겠다고 약속하게 되었다는 점도 확인되었다.
 
더욱이 그의 책을 읽어 보면, 하노이 회담이 결렬된 이유는 미국 측이 지나치게 이기적으로 굴었기 때문(특히 그 배후에 볼턴 자신이 있음을 분명히)이고,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하노이 회담에서 본인이 너무 이기적이고 강하게 나가서 성과가 없었던 점을 후회했다는 것이다. 
 
볼턴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회고록에서 전 세계가 확인할 수 있었던 진실은 ‘북한과 한국은 상당한 노력을 기울였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이기적이고 고압적인 간섭과 상황에 대한 잘못된 이해와 아베의 농간 같은 부수적 요인 때문에 종전 선언과 북한의 핵시설 포기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로 인하여 ‘2020년 6월 현재, 완벽하게 궁지에 몰린 북한이 남한을 상대로 무시무시한 폭언을 쏟아 부으며 군사적 긴장 상황과 위기 상황을 조성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 진행 중이던 1943년 11월 27일, 미국·영국·중국 등 3개국의 정상이 카이로에서 회담을 갖고, 일본의 한국 예속을 부정의로 간주하면서 적절한 시기에 한국을 독립시키기로 합의한다. 그러나 일본의 군사력을 과대평가한 미국이 쓸데없이 소련을 끌어들이는 바람에 소련은 아무런 부담 없이 한반도에 발을 들이게 되었으며 1948년 한반도는 북위 38˚선을 경계로 미군과 소련군에 분할 점령당하는 결과를 맞게 되었다. 
 
그 후, 북한의 김일성은 전면적인 남침을 감행함으로써 무력에 의한 남북통일을 성취하기로 결심하고, 1950년 6월 25일 한국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다. 그로부터 3년 후인 1953년 7월 27일 휴전 협정이 체결되기는 하였지만 그 때까지 남과 북의 부질없는 전투는 계속되었고, 3년간의 전쟁으로 약 450만 명의 인명 피해가 발생하였으며 남한 산업시설의 43%, 주택의 33%가 파괴되기에 이르렀다. 더욱 참담한 것은 이러한 민족 상잔의 비극이 아직까지도 해결되지 못하고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1948년 남과 북의 분단 자체가 우리의 의지가 아니었고, 2020년 현재까지도 주변국의 방해와 이기적 모략으로, 그와 같은 분단 상황이 계속해서 유지되고 있는 작금의 현실이 눈물 나게 서럽다. 
 
그나마 다행스럽게 6.25 전쟁 하루 전인 6월 24일, 북한의 김정은 국방 위원장이, 대남 군사행동 계획을 보류한다는 발표를 하였지만, 아직도 한반도의 전쟁은 끝나지 않았고 언제 끝날지도 알 수 없게 되었다. 우리 주변에는 끊임없이 우리의 분단을 짖밟아 자신들의 이익을 추구하고자 하는 일본이나 미국, 중국과 같은 강대국들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2020년 6월25일은 1950년 한국 전쟁이 발발한지 70주년 되는 날이다. 70년이나 지난 지금까지도 남한과 북한이 서로를 적대시 여기며 총부리를 겨누는 상황이 계속되는 것이 참으로 치욕스럽고 견디기 힘들지만, 오히려 역설적으로 '고집불통 꼰대' 볼턴의 왜곡된 회고록을 통해서 더욱 분명하게 알게 된 점이 있다.
 
즉, 볼턴의 회고록에서 보는 바와 같이 우리의 통일을 자신들의 정치적 자산으로 이용하고 싶을 뿐인 이기적이고 못 돼먹은 주변 강대국의 농간을 더 이상 용인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 남한과 북한의 문제 해결은 상호 신뢰를 바탕으로 좀 더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밀고 나갈 때만 가능하다는 것이다. 
 
노영희 법무법인 '강남'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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