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타·아시아나 점점 험난해지는 '매각의 길'
제주항공 "이스타 주총, 이해불가"
"인수딜 늦추면 체불임금 늘어나"
산은도 HDC현산에 '쓴소리'
2020-06-18 15:40:42 2020-06-18 15:40:42
[뉴스토마토 최승원·김지영 기자] 항공업계 인수·합병(M&A)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매각을 앞둔 항공사들의 재무 상태가 악화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 등 인수를 앞둔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협상 과정에서 불협화음까지 끊이질 않으면 딜이 전면 무효가 되는 경우까지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이스타항공은 오는 26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고 발행주식 총수 확대, 신규이사 및 감사 선임 등의 안건을 상정한다. 이는 이달 말까지 인수 딜을 성사시키기 위한 이스타항공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계약상 신규로 선임하는 신규 이사와 감사 후보자는 인수자인 제주항공이 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이스타항공은 제주항공에 후보자 명단을 요청했다.
 
항공업계 인수·합병(M&A)이 교착상태에 빠졌다. 코로나19 직격탄으로 매각을 앞둔 항공사들의 재무 상태가 악화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 등 인수를 앞둔 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15일 임시 주주총회가 열린 아시아나항공 본사 모습. 사진/뉴시스
 
다만 제주항공은 현재까지 이사 명단을 제출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애초에 이스타항공이 임시 주총을 여는 것 자체를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기업결합심사와 계약 선행조건 등이 이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확정된 딜 클로징(종료) 날짜는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딜 클로징 시점에 대한 견해 차이가 있는 이유는 지난 3월 양측이 체결한 주식매매계약서(SPA)에 양측의 합의로 딜 클로징 시점을 최대 3개월 추가로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제주항공은 계약 선행조건이 이행되지 않는 한 최대 9월 말까지 딜 클로징을 미룰 수 있는 셈이다.
 
다만 일각에선 추가로 인수 딜을 미루는 것은 사실상 힘들다는 주장도 나온다. 인수 딜이 늦춰지는 만큼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체불 임금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6월까지 체납된 임금은 약 250억원인데, 여기서 이스타항공의 셧다운이 길어지면 체불 임금은 한 달에 50억원가량씩 늘어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이삼 이스타항공 조종사 노조위원장은 "만약 딜 클로징이 3개월 추가로 지연되면 150억원에 가까운 임금체납이 추가로 쌓이는데, 대주주 이상직 측이 추가 연장에 동의할 것으로 보기 힘들다"며 "상황에 따라 체불임금 일정 부분을 이스타항공 측과 제주항공이 나눠 분담하게 된다고 해도, 제주항공이 추가 부담을 안으려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시아나항공도 HDC현산이 인수를 위한 주식 취득 일정을 무기한 연기하며 매각에 속도가 나질 않고 있다.
 
전날 아시아나항공 채권단인 산업은행의 이동걸 회장도 인수 여부에 대한 HDC현산의 모호한 태도를 지적했다. 이 회장은 "60년대 연애도 아니고 편지로 하냐"며 "상호신뢰를 바탕으로 진지한 논의를 하자. 언제든지 나를 찾아오면 된다"고 말했다. 앞서 HDC현산이 인수 조건을 재검토해야 한다며 공문을 보낸 것에 대한 '쓴소리'인 셈이다. 이 회장의 발언에 HDC현산과 채권단의 관계가 냉랭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그동안 인수에 관한 사안에는 극도로 말을 아꼈던 아시아나항공도 HDC현산에 대해 반기를 들고 있다. 차입금 확대와 계열사 지원을 일방적으로 했다는 HDC현산의 주장에 성실하게 자료를 제출하고 협의했다며 거짓이라고 반격하기도 했다.
 
앞서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지난해 말보다 4조5000억원 증가했고 부채비율도 1만6126% 급증하자 HDC현산이 인수를 철회할 것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런 가운데 HDC현산과 산은-아시아나항공이 상대방을 공격하자 사실상 관계가 틀어진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HDC현산이 인수를 포기하면 채권단과 아시아나항공은 새 주인을 찾아야 한다. 하지만 업황이 갈수록 악화한 데다 재무구조도 갈수록 엉망이 되면서 인수자 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새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국유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이 해체되면 이들이 보유한 노선이나 인프라를 다른 곳에 나눠줘야 하는데 항공업계 전체가 어려워 한계가 있을 것"이라며 "국토교통부 입장에서는 노선을 지켜야 하는 상황이라 아시아나항공이 없어지면 골치가 아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승원·김지영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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