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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해군기지 반대' 게시글 선별 삭제, 국가책임 없어"
2020-06-04 12:16:10 2020-06-04 12:16:10
[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해군본부가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게시된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건설사업 반대글을 삭제한 것에 대해 대법원이 국가에는 배상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1부(주심 권순일 대법관)는 4일 A씨 등 3명이 "해군이 홈페이지에 게시된 국민의 글을 선별적으로 삭제한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것"이라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되돌려보냈다.
 
대법원 청사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재판부는 "국가기관이 자신이 관리?운영하는 홈페이지에 게시된 글에 대해 정부의 정책에 찬성하는 내용인지, 반대하는 내용인지에 따라 선별적으로 삭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배치되기 때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에 대한 국방부장관의 승인처분에 절차상·실체상 하자가 없는 것으로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고, 원고들의 항의글은 정부정책에 대한 정치적 반대의사로서, 국군의 정치적 중립성에 비춰 해군 홈페이지가 정치적 논쟁의 장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점, 제주해군기지 건설사업 결정권자는 국방부장관이기 때문에 결정권이 없는 해군본부에 항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점 등을 종합하면 이에 대한 국가의 배상책임은 없다"고 판시했다.
 
A씨 등은 2011년 6월 해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글을 올렸다. 이에 해군은 해당 글이 국가적 차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문을 올린 다음 100여건의 비판글을 선별삭제했다. 이에 A씨 등이 소송을 냈다.
 
1심은 "해군이 원고들의 항의글을 홈페이지 운영규정에서 삭제사유로 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로 판단해 삭제한 조치에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패소 판결했다.
 
그러나 2심은 "국민들의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넓게 보호하기 위해서는 해군 홈페이지 운영규정에서 삭제사유로 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성향이 있는 경우’란 특정 정파를 지지하거나 반대하는 내용이 직접 포함된 경우로 한정돼야 한다"면서 1심을 뒤집었다. 이에 국가가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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