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착오송금 피해자 안중에도 없는 국회
입력 : 2020-05-22 06:00:00 수정 : 2020-05-22 06:00:00
"꼭 그렇게 폐기해야만 속이 후련했냐!"
 
착오송금 구제법이 사실상 폐기되자 주변 지인들이 이렇게 말했다. 그저 몇만원을 잘못 보낸거면 대수롭지 않게 넘길 수 있지만, 누군가에겐 분개할 수밖에 없는 금액일 수도 있다. 그동안 착오송금 피해자들은 "나는 숫자도 못본다"며 자책하기 일쑤였다. 그만큼 착오송금 구제법은 이들에게 반가운 정책이다.
 
일부 국회의원들은 착오송금 구제를 두고 '개인의 실수를 왜 국가가 보전하냐'고 비판한다. '길을 걸어가다 물건을 잃어버리면 그것도 국가가 책임질거냐'는 얘기도 한다. 맞는 말이다. 자신이 물건을 잃어버려 놓고 국가에게 보상해달라고 할 수 없다. 하지만 국가는 잃어버린 물건을 쉽게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줄 수 있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 해봤을 거다. 길을 걸어가다 지갑을 주우면 그것을 파출소에 가져다주는 바른생활 말이다. 경찰 아저씨가 지갑 속 신분증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지갑을 주인에게 찾아준다. 반대로 주운 지갑을 돌려주지 않고 사용한다면 이는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된다. 엄연한 범죄다. 착오송금 역시 개인이 실수로 잃어버린 돈이다. 국가가 할 수만 있으면 찾아주는 게 당연하다. 반면에 남의 돈이란 걸 인지하고도 무단으로 사용하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
 
착오송금을 개인 실수로만 탓 할 수는 없다. 착오송금 증가는 비대면 금융거래가 증가하면서 어쩔 수 없이 생기는 부작용이다. 개인의 실수로 치부하기보단 시스템의 헛점으로 보는 게 바람직하다. 특히 정부는 국가나 금융회사 예산을 반영하지 않고 착오송금을 구제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일절 비용이 들지 않으면서 개인의 잃어버린 돈을 구제한다는 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이로운 법안을 반대하는 건 정치권의 정쟁 때문으로 보인다. 국회에선 '상대당이 발의한 법은 무조건 막아야 한다'는 이야기가 취재 중 종종 들려온다. 특히나 20대 국회는 역대 최악의 국회라는 지적이 나온다. 민생법안을 등한시 한 탓이다. 21대 국회에서는 달라져야 한다. 다행히 정부와 여당이 20대 국회 회기 종료와 함께 폐기를 앞둔 착오송금 구제법(예금자보호법 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재추진하기로 했다. 비대면 금융거래가 늘면서 착오송금 피해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반드시 통과하길 기대한다.
 
최홍 기자 g243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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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홍

무릎을 탁 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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