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정훈 기자]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유리기판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파운드리 업계 세계 1위인 TSMC가 차세대 기술로 시장 경쟁력 확보에 나선 데 이어, 인텔은 수년 내로 주요 칩 전반에 유리기판을 도입하겠다는 목표를 구상하고 있습니다. 국내 부품업계 역시 아직 고객사를 확보하는 단계인 가운데, 막강한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기업들이 시장 선점 의지를 드러내면서 차세대 기판 시장의 지형 변화가 주목됩니다.
SKC가 지난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유리기판 시제품을 전시했다. (사진=SKC)
21일 업계에 따르면 유리기판 시장 공략을 위한 기술 검증에 착수한 TSMC는, 일본 기판 업체 이비덴, 대만 디스플레이 업체 이노룩스 등과 유리 코어 기판을 공동 검증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자체 개발 중인 차세대 칩 패키지 기술인 '칩 온 패널 온 서브스트레이트(CoPoS)'에 2030년부터 유리기판을 적용할 것으로 분석됩니다.
인텔 역시 유리기판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외신에 따르면 인텔은 지난달 광집적패키징(CPO·Co-Packaged Optics)용 유리기판 시제품을 공개했습니다. 2030년 상용화를 목표로 하고 있으며, 이 시기 최첨단 칩 제조 전반에 유리기판을 도입하겠다는 계획도 밝힌 바 있습니다.
빅테크 기업들이 유리기판에 주목하는 것은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하면서 기존 플라스틱 기판의 한계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플라스틱 기판은 유리기판보다 전력 효율이 낮고 휨 현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특히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가 최근 적층 구조로 발전하면서 무게가 증가하고 있어 휨 문제가 더욱 커질 수 있습니다. 반면 유리기판은 열과 휨 현상에 상대적으로 강하고 전력 효율이 높아 차세대 기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나아가 향후 미래 시장에서도 유리기판의 수요는 증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내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에서 데이터 처리량이 늘어날수록 전력이 많이 소모되고 결국 발열이 관건이 된다”며 “AI가 고도화하는 추세에서 수요가 늘어날 거고, 개발 난항이 있지만 결국 기업들이 성과를 낼 것”이라고 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부품업계도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가장 앞서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 SKC는 자회사 앱솔릭스를 통해 미국 조지아주에 생산거점을 구축하고 북미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있습니다. 삼성전기는 파일럿 라인(양산 전 시험 생산라인)에서 시제품을 생산 중이며, 일부 빅테크 기업에 샘플을 공급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LG이노텍 역시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 협력해 오는 2028년 시제품 생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업계에서는 유리기판 시장이 아직 본격적으로 개화하기 전인 만큼 기술력을 선제적으로 입증해 주요 고객사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유리기판은 아직 먼 미래인 데다, D램처럼 표준화된 게 없다”며 “결국 기업이 요구하는 대로 만들어줘야 하는데, 기준이 없다. 기술력을 확보하고, 그걸 입증한 기업이 고객을 수주할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안정훈 기자 ajh76063111@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오승훈 산업1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