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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해외 인프라 수주에 성공하려면
2020-05-07 14:55:45 2020-05-07 14:56:52
‘경제 녹다운’. 코로나19의 2차 피해가 다가온다. 미국은 이미 1분기 경제성장률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8% 떨어졌다. 프랑스와 스페인도 각각 5.8%, 5.2% 추락했다. 전망도 어둡다. 감염을 피하느냐 마느냐를 넘어 일자리를 지킬 수 있느냐, 먹고 살 수 있느냐는 또다른 생존 문제에 직면했다.
 
경기 부양 정책은 필연이다. 세계 곳곳에서 인프라 투자 카드를 꺼내고 있다. 미국은 최대 2조달러(약 2400억원) 규모의 인프라 투자를 준비하고 있다. 1분기 6.8% 역성장한 중국도 토목 공사에 힘을 싣는다. 유럽 각국 역시 부양책 필요성을 절감하는 중이다. 
 
해외 인프라 일감이 늘어나니 그간 불황을 호소해 온 우리 건설사에는 좋은 것처럼 보인다. 정부도 해외 인프라 수주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건설업계는 조심스러워 하면서도 해외 인프라를 주시하고 있다. 
 
그러나 섣부른 기대는 위험하다. 우리 건설사들이 해외 인프라 시장에서 실제 성과를 올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 건설사업은 진출 경험이 중요하다. 현지 기후와 문화, 법 제도, 지질 등 공사 여건이 제각각인 탓에 경험이 없으면 사업 수행 역량을 보장할 수 없다. 건설업계가 외국 첫 진출에 의미를 두는 까닭이다. 미국이나 유럽과 같은 선진 건설 시장에 우리 건설사들이 진출한 사례는 드물다. 지난해 우리 건설사의 해외 수주는 중동과 아시아가 77%를 차지했고 북미·유럽은 13%에 그쳤다. 
 
아시아에서 수주하면 되지 않겠냐고 되물을 수 있지만 전문가들 시각은 다르다. 중국과 싱가포르 등 일부를 제외하고 동남아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 다수는 재정 여건이 양호하지 않아 실제 인프라 투자를 진행하기까지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는 설명이다. 
 
우리 건설사가 ‘포스트 코로나’에 대응하기 위한 관건은 결국 선진국 진출 여부다. 기존 텃밭인 중동과 아시아를 넘어 신대륙이나 다름없는 미국·유럽에서 영토를 넓혀야 하는 것이다. 
 
건설 사업 특성상 보수적인 접근법은 불가피하다. 오가는 금액의 규모가 큰 탓에 사업 하나가 잘못되면 회사가 휘청일 수 있다. 과거 해외 건설에서 대규모 손실을 치른 후 업계가 주력 시장에 집중하려는 까닭이다.
 
그렇다고 제자리 걸음만 해선 전진할 수 없다. 장기적 관점에서 회사 가치를 올리겠다는 기업가 정신이 필요하다. 이는 개별 건설사의 성장을 넘어 우리 건설업계의 발전과도 직결된다. 건설사들이 도전 정신을 갖길 바란다는 한 전문가의 목소리가 귓전을 맴돈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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