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리포트)베이글랩스, '스마트 줄자'로 길이의 디지털화 이끈다
2016년 1세대 제품으로 15억 모아
박수홍 대표 "생활에서 쓸 줄자로는 실패"
회전 센서로 정확도 높인 2세대 출시
헬스케어·패션 e커머스 집중 타깃으로
산업용 솔루션 붙인 B2B 전용 제품도
입력 : 2020-05-08 06:00:00 수정 : 2020-05-08 06:00:00
[뉴스토마토 배한님 기자] 실험실에서 줄자를 많이 사용하던 기계 공학자는 생각했다. 왜 이를 불편하게 일일이 재고 손으로 기록해야 하는가. 무게나 속도의 측정은 디지털화가 많이 진행됐는데 왜 길이만은 아직 옛날 방식 그대로인가. 박수홍 베이글랩스 대표는 이 근본적인 문제를 풀고 싶어 '스마트 줄자'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박수홍 베이글랩스 대표. 사진/베이글랩스
 
"기존에도 디지털 줄자가 있었지만, 단순히 디지털 방식으로 측정하는 데만 급급했습니다. 블루투스 연동, 클라우드 전송 등 기록의 편의는 고려하지 않았죠. 길이를 재는 순간 그 정보가 클라우드에 올라가 활용하기 쉽게 할 수 있다 생각했죠."
 
박 대표는 스마트 줄자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혁신이 불러일으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단순히 길이의 측정뿐만 아니라 기록과 그 데이터의 활용까지 편리하게 만들고 싶었다. 박 대표는 2016년 1월 베이글랩스를 창업하고, 같은 해 6월 측정된 길이를 자동으로 애플리케이션(앱)에 기록하는 1세대 스마트 줄자 제품을 세상에 선보였다. 
 
기능은 줄이고 정확도는 높이고…회전 센서 기반 스마트 줄자 '파이'
 
베이글랩스의 2세대 스마트 줄자 '파이'와 연동 애플리케이션. 사진/베이글랩스
 
2016년 탄생한 베이글랩스의 1세대 스마트 줄자는 당시 큰 관심을 모았다. 미국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킥스타터에 제품을 올린 지 15시간 만에 모금액 3만달러를 돌파했고, 최종적으로 35일간 135만달러(한화 약 15억)를 모았다. 이는 당초 목표를 4500% 초과달성한 수치였다. 이렇게 큰 관심을 끈 1세대 스마트 줄자였지만 박 대표는 2017년 초, 이 제품을 단종시킬 수밖에 없었다. 
 
"1세대 제품은 기능이 화려했어요. 굴려서 길이를 잴 수도 있었고, 음성 녹음도 할 수 있고, 레이저까지 나왔죠. 그런데 고객 서베이를 해 보니 이런 기능은 줄자에는 필요하지 않았습니다. 결정적으로 사소한 외부 조건 때문에 정확하게 측정이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아이디어 상품으로는 히트를 쳤는데 실제 생활에서 쓸 수 있는 줄자로는 실패한 겁니다."
 
박 대표는 1세대를 단종한 후 기술 개발에만 1년 반을 쏟았다. 부가적인 기능을 빼고 정확도에 집중했다. 그 결과, 2018년 10월에 '회전 센서'를 기반으로 한 2세대 스마트 줄자 '파이'가 탄생했다. 
 
대부분의 스마트 줄자는 광학 센서를 사용한다. 줄자에 검정·빨강·하양 패턴을 표시하고 몇 개가 지나갔는지를 조합해 절댓값을 알아내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이렇게 하면 줄자를 뽑는 속도에 따라 정확한 값을 얻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베이글랩스는 1세대 스마트 줄자에도 회전 센서를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회전축이 틀어지거나 알 수 없는 이유에 의해 회전 수를 감지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박 대표는 부품 요소를 하나하나 뜯어 봤다.
 
"저희는 디지털 센싱 기술을 이용한 회전 감지 방식을 스마트 줄자 최초로 구현했습니다. 베이글랩스의 줄자에 눈금이 없는 이유입니다. 고해상도 회전 감지 센서로 분당 회전수(RPM)를 측정해 항상 정확한 줄자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2세대 스마트 줄자 파이는 킥스타터에서 8만달러(한화 약 1억원)의 펀딩 금액을 모았다. 이후 한국, 미국, 일본 등에서 판매량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해 말에는 B2B 전용인 3세대 스마트 줄자도 출시했다. 3세대 제품의 핵심 기술은 2세대와 동일하지만, 산업 현장에서 사용하기 좋게 줄자 재료를 유연한 재질에서 쇠로 변경한 것이다. 전체 길이도 1.5m에서 1.6m로 조금 더 길어졌다. 
 
자체 앱과 연동…헬스케어·패션 e커머스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활용
 
베이글랩스의 스마트 줄자로 허리 둘레를 기록한 애플리케이션 화면. 사진/베이글랩스
 
베이글랩스는 현재 헬스케어와 패션 e커머스 두 분야를 가장 큰 고객으로 잡고 있다. 헬스케어 분야는 '체형' 측정에 집중한 건강 기록이 목표다. 숫자뿐인 몸무게보다 체지방률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허리둘레를 측정한다. 스마트 줄자와 연동된 앱에 허리둘레·가슴둘레·팔다리 둘레 등을 기록하면 체형이 구분된다. 베이글랩스는 하반기 중으로 앱에서 개개인의 체형에 맞는 유튜브 운동 콘텐츠를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출시할 계획이다. 
 
"이런 개개인의 신체 건강 기록을 병원이나 제약 회사, 보험회사에서 활용할 수 있습니다. 특히 지난해 말 건강 증진형 보험 상품이라고, 건강이 개선될 때마다 보험료를 할인해주는 제품에 대한 규제가 금융위에서 풀렸는데, 이 때문에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많이 옵니다."
 
패션 e커머스 분야에서는 스마트 줄자로 반품률을 줄일 수 있다. 스마트 줄자로 측정한 신체 사이즈를 앱에 저장해놓고, 온라인 쇼핑몰에 끌어다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대표는 "패션 e커머스 이용 고객 중 사이즈 때문에 반품하는 고객이 5분의1이나 된다"며 "이 때문에 스마트 줄자가 60조원이나 되는 큰 패션 e커머스 시장에서 가능성을 품고 있다"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사태로 리테일의 형태가 바뀌고 있습니다. 그런데 온라인에서 옷을 스몰, 미디움, 라지로 구분해도 잘 와닿지 않습니다. 스마트 줄자를 이용하면 옷의 신체 사이즈 정보와 내 신체 정보를 효율적으로 비교할 수 있습니다"
 
베이글랩스 CI. 사진/베이글랩스
 
B2B 전용 3세대 스마트 줄자의 사용처도 무궁무진하다. 3세대 스마트 줄자를 이용해 길이를 측정하면 앱의 산업용 솔루션과 바로 연동이 돼 제품 스펙이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즉시 판정할 수 있다. 의류 공장이나 박스 공장, 가구 공장, 건축 현장 등에서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박 대표는 "공장은 아직도 수동 측정이 굉장히 많은데, 이 중 정확한 길이 측정이 필요한 분야가 상당히 있어서 수요는 크다"고 말했다.
 
배한님 기자 bh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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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배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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