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위기가 기회…"현대·기아차 승자의 조건 갖췄다"
"회복 속도 차별화로 시장 점유율 확대 전망"
반도체·K-헬스케어도 지배력 확대 가능성
"유연하고 민첩한 정책적 지원 뒷받침돼야"
2020-04-27 06:00:00 2020-04-27 06:00:00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코로나19발 충격으로 기업의 경영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실적이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고 물건을 내다 팔 곳을 찾기도 쉽지 않다. 코로나19 확산세를 보면 상당 기간 개선을 바라기는 어렵다.
 
그러나 위기는 기회를 동반한다. 위기 상황에서 내상을 최소화하고 회복세가 나타날 때 남들보다 탄력적인 회복을 이뤄낼 수 있어야 기회를 잡는다. 우리 기업들도 비상경영 체제를 가동하면서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기회를 엿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지나면서 세계 시장에서의 지배력을 높일 수 있는 기업과 업종에 대한 전망도 나온다.
 
26일 산업계 등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국내 기업 중 코로나19로 가장 큰 타격을 받고 있다. 현대차의 1분기 판매는 90만여대로 2011년 3분기 이후 처음으로 100만대 밑으로 떨어졌고 순이익은 42% 줄었다. 기아차는 60%가량 감소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생산 차질이 생기고 수요도 크게 줄어든 탓이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에서의 코로나19 악영향이 2분기 본격적으로 반영될 것이란 점에서 현대·기아차의 실적 악화는 예고된 것과 다름없다.
 
올해 자동차 시장의 급격한 위축을 고려하면 최소한 연내에 현대·기아차의 호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시장조사업체 IHS 마킷이 올해 세계 자동차 수요가 작년보다 22%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를 넘기면 현대·기아차는 세계 시장에서의 지배력은 한층 커질 것으로 보인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올해 실적 악화는 글로벌 자동차업체의 공통사항이지만 실적 회복 속도는 차별화될 것이고 시장 점유율 확대에 성공한 업체는 수혜를 누릴 것"이라며 "현대·기아차는 승자의 조건을 갖췄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뒤에 재무적 위험에 처하는 기업이 나타나는 가운데 현대·기아차는 탄탄한 내수와 신흥국에서의 시장 대비 양호한 성과를 바탕으로 시장 점유율 상승과 빠른 실적 회복세를 보여줄 것이란 분석이다.
 
현대·기아차가 70% 정도를 점유하고 있는 내수 시장은 수요가 3월에 10% 가까이 증가하면서 주요 시장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1분기 글로벌 자동차 수요가 26% 줄어든 가운데서도 현대차와 기아차의 감소폭이 각각 11%, 2%로 적었다는 점이 근거다. 내수가 수익성이 높은 중대형급 위주의 시장이란 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봤다.
 
현대·기아차는 생산 차질도 글로벌 업체 중 가장 적은 편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가 내놓은 자료를 보면 주요 13개 업체의 가동 중단 비율은 71%(16일 기준)인데 현대·기아차는 35.3%로 절반 수준이다. GM과 다임러 벤츠는 90%가량, FCA와 르노, 포드, BMW는 80% 이상 생산이 중단됐다.
 
현대·기아차는 자동차 수요가 급감해도 연말까지 버틸 수 있는 정도의 현금 유동성도 확보 중이다. 김상현 재경본부장은 지난 23일 컨퍼런스콜에서 "1분기 말 현재 11조원의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유동성 확보를 위해 채권 발행 등의 활동도 진행 중"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각각 154.7%, 91%로 다른 글로벌 자동차 업체보다 양호해 자금 조달 여력도 상대적으로 큰 편이다. 포드는 부채비율이 680%에 달하고 GM, 폭스바겐, 다임러, BMW 등은 300~400% 안팎이다. 자금 여력이 크다는 것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기술개발과 투자를 이어갈 수 있다는 의미다.
 
IT업계도 코로나19 위기를 기회로 보고 있다. 반도체의 경우 코로나19 영향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하반기 정보통신과 IT기기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업황 회복세가 탄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언택트' 문화 확산도 반도체 업황을 이끄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반도체 호황은 세계 시장을 주도하는 삼성전자의 입지를 더욱 확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김지산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온라인 교육과 재택근무, 원격의료, 화상 회의 확대 등에 따라 서버용 반도체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며 "삼성전자는 선두업체로서 지위가 공고하기 때문에 코로나19 이후의 수요 변화에 따른 수혜가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분야도 한발 앞설 수 있는 기회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센터장은 "코로나19 상황에서도 전기차 시장은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고 핵심부품인 2차전지 시장도 밝다"며 "경쟁 관계인 중국기업과의 격차를 벌릴 수 있게 핵심소재·장비 국산화와 차세대 전지 기술력 제고 등이 코로나19 사태 대응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헬스케어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발돋움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코로나19에 대한 우리나라의 대응이 '코리아'란 브랜드를 각인하면서 한국기업이 해외 시장에 나가는 데 우호적인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특히 진단키트 수출은 K-헬스케어의 신뢰도를 높이고 있어 앞으로도 세계시장에서 두드러지는 업종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이런 전망이 현실화하고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간판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도움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상황은 기업의 힘만으로 이겨내기 어렵고 코로나19가 지난 뒤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 등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데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며 "적극적인 유동성 공급, 국제 공조를 통한 인력 이동 문제 해결 등의 애로 해결은 물론이고 코로나19 이후 상황에 따라 민첩하고 유연한 정책 접근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은 최근 공동 성명을 통해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기금채권 국가 보증 동의안 처리, 기업의 자율성과 정책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세부 대책 마련 등을 정부와 국회에 건의한 바 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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