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감산에도 추락하는 유가…산유국 '대공황' 오나
디플레이션 우려…사우디·UAE 70억달러 규모 국채 발행
2020-04-19 07:07:18 2020-04-19 07:07:18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산유국들이 수익성을 위해 유례없는 감산에 돌입했지만, 유가는 연일 최저치를 갱신하며 좀처럼 회복세를 타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갈수록 심각해지자 걸프 지역 산유국들 '대공황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19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는 배럴당 19.87달러를 기록해 이틀 연속 20달러 선을 밑돌았다. 이는 18년 만의 최저치다. 지난 15일 10달러대로 진입한 WTI가 사흘 넘게 이같은 가격대를 유지하고 있다. 두바이유도 같은 날 20달러 선이 무너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국왕이 지난달 코로나19 위기 극복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열린 주요 20개국(G20) 특별 화상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이에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위기도 고조되고 있다. 이들 국가는 원유 생산과 수출이 국내총생산의 큰 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올해 이라크와 나이지리아 등 산유국들의 국내총생산이 크게는 75%까지 줄어들 가능성도 있다.
 
IEA는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등 일부 산유국들은 기존에 벌어들인 원유 수익으로 당분간은 버틸 수 있다고 내다봤지만, 코로나19 여파가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저유가로 인한 재정 위기가 우려되자 이들 국가는 잇따라 국채를 발행하고 나섰다.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70억달러(약 8조6000억원) 규모의 달러 국채를 발행했다. 사우디는 이를 5년 반(25억 달러), 10년 반(15억 달러), 40년(30억 달러) 등 3개 종류 만기로 국채를 발행했다. 
 
카타르도 최근 100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유로 채권을 발행했으며 이스라엘 정부도 이달 1일 50억달러(약 6조원) 규모의 국채를 판매한 바 있다. 이같은 대규모 국채 발행은 단기적으로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만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 나랏빚으로 전락할 위험도 있다.
 
일각에선 중동 산유국들의 디플레이션발 대공황도 우려하고 있다. 디플레이션은 경기침체와 물가하락이 함께 나타나는 경제 현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해 물가 하락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소비를 하지 않고 저유가로 인해 경기가 침체하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1930년대 미국 대공황 때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이처럼 위기감이 커지자 러시아와 증산 경쟁을 펼치던 사우디는 이제 세계 각국에 원유 감산을 장려하고 있다.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인 압둘아지즈 빈 살만 왕자는 최근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글로벌 원유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다"며 "총체적인 감산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국내 정유업계 관계자는 "원유 수출 의존도가 높은 산유국일수록 이번 저유가 기조로 큰 슬럼프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공급자 입장인 해당 산유국에 큰 직격탄은 그로부터 원유를 사들이는 소비자 입장 국가들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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