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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자본적정성 악화일로…당국은 모험자본 활성화 권고
대형3사외 수년째 적정기준 미달…"신NCR 산정방식 제고 필요"
2020-04-10 08:00:00 2020-04-10 08:00:00
[뉴스토마토 심수진 기자] 국내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순자본비율(NCR) 지표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대형 증권사들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늘리며 건전성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지만, 중소형사들의 건전성은 당국이 정한 적정 기준을 밑돌고 있다. 그러나 당국은 벤처기업 투자에 대한 위험가중치를 줄이는 등 NCR 지표의 임의 조정을 통해 증권사의 모험자본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자기자본 3조원 미만의 중소형 증권사 대부분은 작년 말 기준 NCR이 적정비율인 500%를 밑도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신증권(391%), SK증권(298%), 유진투자증권(300%), 이베스트투자증권(397%), 하이투자증권(412%), DB금융투자(331%), 교보증권(434%) 등이다. 
 
NCR은 증권사의 자본적정성을 나타내는 지표로, 영업용순자본에서 총위험액을 뺀 뒤 필요유지 자기자본으로 나눈 수치다.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NCR 유지 비율은 100%이상이나, 적정 NCR 비율은 500% 이상이다. 100%에 미달할 경우 경영개선 권고, 50% 미만인 경우에는 경영개선 요구, 0% 수준에서는 경영개선 명령을 내린다.
 
증권사의 평균 NCR은 559.1%로, 2018년 대비 11.7% 높아졌지만 양극화는 더욱 심해졌다. 대형 증권사들이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며 NCR을 높인 반면 중소형사들은 전년 대비 떨어졌거나 여전히 적정기준을 밑돌았다. 대신증권이 493%에서 391%로 떨어졌고, 유진투자증권(315%→300%), DB금융투자(343%→331%), SK증권(304%→298%) 등으로 집계됐다.
 
대형사 가운데 삼성증권이 2018년 1392%에서 875%로 크게 떨어졌고, KB증권(1278%→1198%), NH투자증권(1365%→1307%) 등도 낮아졌다. 당국이 정하는 적정 기준치를 웃돌고 있지만 자본건전성이 나빠지는 추세다.
 
 
증권사들의 NCR 악화는 지난 2016년 도입한 신NCR 산정 방식의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금융당국은 기존의 NCR 산출방식이 위탁매매 중심의 국내 영업규율에 초점이 맞춰져있어 증권사의 자기매매(PI), 인수금융 등에 제약이 있다고 보고, '영업용순자본비율' 방식에서 '순자본비율'로 변경했다. 또한 기존 '개별기준' 대신 '연결기준' 수치를 적용하도록 바꿨다. 이를 통해 IB와 해외사업 투자에 적극 나서기를 기대한 것이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신NCR은 분모인 업무단위별 필요유지 자기자본이 고정돼 있어 영업용순자본의 절대규모가 큰 대형사일수록 높게 산출되고, 영업용순자본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중소형사의 경우 신NCR이 기존 방식보다 낮게 산출되기 때문에 과거에 비해 자본활용 여력이 저하된다"고 분석했다.
 
대형사는 신NCR에 따라 자본활용 여력이 개선돼 IB나 해외사업을 확대하기에 용이하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영업확대가 제한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오히려 건전성 규제를 개선해 모험자본을 활성화하겠다는 방침이다. 금융위원회는 지난달 '혁신금융 활성화를 위한 자본시장 정책과제'를 통해 일정범위 내의 벤처대출은 NCR 산정시 영업용순자본에서 차감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증권사의 벤처대출을 적극 허용해 중소벤처기업에 대한 자본공급을 원활하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국이 NCR 산정 방식의 문제를 제고하는 대신에 위험가중치를 임의 조정하는 방식으로 벤처투자를 독려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혁준 나이스신용평가 금융평가본부장은 "신NCR은 대형증권사에 유리해 대형사의 경쟁력을 제고시키는 반면 중소형사는 자본확충의 압력을 받아 어려움을 겪게 된다"며 "이러한 현상이 심화되면 경쟁력이 저하된 중소형사가 대형사에 인수되는 등 업계 자체적인 구조조정이 이뤄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심수진 기자 lmwssj0728@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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