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서 귀국한 한 사진작가의 자가격리 생활
"고맙지만 아쉬운 점도"…"자가격리 현실적 애로사항 개선됐으면"
입력 : 2020-04-08 15:33:53 수정 : 2020-04-08 15:33:53
[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프리랜서 사진작가로 활동 중이던 30대 한국인 남성 A씨는 지난달 25일 귀국 비행기에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속 세계 최대 피해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현지 상황에 가족들의 걱정이 컸다. 현지 사정이 나아질 때까지 국내에 머물기로 한 A씨는 현재 자가격리 생활을 하고 있다. 자가격리자를 비롯한 코로나19의 국내 조치가 세계에서 손에 꼽히는 수준이란 소식에 안심이 되긴 하지만, 격리 절차와 과정에서 겪은 혼선으로 아쉬움도 남았다. 
 
8일 오전 기준 이탈리아의 코로나19 확진자는 13만5586명으로 미국(38만7547명)과 스페인(14만618명)으로 세계에서 세 번째로 많다. A씨가 귀국을 고민하던 지난달엔 세계 최다국이었다. 피렌체는 관광산업이 발달한 곳인 만큼 경제 타격이 컸다.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스냅 촬영이 주된 소득원인 A씨 역시 쇄도하는 예약 취소에 환불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지난달 24일 A씨가 찍은 피렌체 시내 전경. 평소 관광객들로 북적이지만 눈에 띄게 한산하다. 사진/뉴스토마토
 
한국행을 결심한 후 곧바로 비행기편을 알아봤지만 귀국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현지 교민 등을 통해 한인대사관 홈페이지에서 이달 1, 2일 운행한 전세기 이용 희망자에 대한 설문을 진행한다는 소식을 들었지만 편도 200만원 수준의 비용은 부담이었다. 이미 생계 타격을 입은 A씨는 조금이라도 비용을 줄이기 위해 피렌체에서 로마까지 기차로 이동한 뒤 로마~파리, 파리~인천를 경유하는 편을 택했다.  
 
A씨가 귀국을 위해 지난달 24일 찾은 이탈리아 피렌체 기차역 전경. 평소 많은 인원들도 붐비지만 한산하기만 하다. 사진/뉴스토마토
 
평소 이용객들로 붐비던 피렌체 기차역의 한산한 모습이나, 방역을 위해 운전석과 승객 사이 차단막을 설치한 로마 택시는 강한 인상으로 남았다. 항공기 이용은 경유편이었지만 남아있는 항공권이 많지 않아 코드쉐어( 2개의 항공사가 1개의 항공기를 운항하는 것) 티켓이 아니었던 만큼 일단 파리에 도착해 짐을 찾은 뒤 다시 출국 수속을 밟아야 했다. 프랑스 정부가 외국인 입국을 금지하면서, 짐을 찾지 못한 채 환승만 할 수 있던 탓이다. 고가의 촬영장비가 든 짐을 찾지 못한 채 비행기에 오른 A씨는 우여곡절 끝에 항공사 협조로 귀국 이틀 뒤 한국에서 짐을 찾았다. 
 
A씨가 로마 공항으로 이동하기 위해 탑승한 택시 뒷좌석. 최소한의 방역을 위해 운전석과 뒷좌석 사이에 비닐 차단막을 설치했다. 사진/뉴스토마토
 
3월25일 저녁 인천공항에 도착한 A씨는 공항검역소에서 체온체크 후 복지부 자가진단 애플리케이션 설치 안내를 받고 관련 서류를 작성했다. 인천검역소는 A씨에게 2주의 자가격리 의무와 3일 내 보건소에 방문해 검사를 받아야 한다는 안내사항을 전달했다. 같은 날 밤 익산 자가에 도착한 A씨는 이튿날 곧바로 보건소를 찾아 검사를 받은 뒤 마스크와 종이컵, 커피믹스, 물, 컵라면, 햇반, 손세정제 등이 들어있는 구호 물품 한 상자를 받은 채 귀가했다. 
 
오랜 외국생활에 연락이 끊긴 친구들도 많은데다 가족들도 외국에서 생활하고 있어 A씨는 2주를 홀로 버텨야 했다. 보건소에서 처음 나눠준 구호물품 속 식량은 컵라면 3개와 햇반 3개가 전부였던 만큼 모든 끼니를 배달음식으로 해결해야 했다. 다른 지역 구호물품과 차이 나 보건소에 문의했는데, 지자체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대답을 들었다. A씨는 지자체별로 차별받을 수 있다는 점은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A씨는 "격리기간 동안 시청에서 담당자가 하루 두번 상태를 점검하고, (홀로 지내는)상황을 듣고 필요한 물품과 현금을 보내주면 직접 사다주겠다고 말씀하신 부분 등은 고마운 부분이었지만, 현실적으로 와닿는 구호물품이 지역별 소외감을 느끼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말했다.  
 
A씨가 귀국 후 지역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은 뒤 받은 구호품목. 2주간의 자가격리에는 부족한 구호품은 A씨가 거주하는 지역에선 1회만 제공된다. 사진/뉴스토마토
 
자가격리 기간에 대한 혼선도 있었다. A씨의 귀국일은 지난달 25일이다. 25일부터 2주는 이달 7일인 만큼 A씨는 8일부터 외부활동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지역 보건소 역시 8일부터 활동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자가격리 1주일이 지난 시점에 시청을 통해 전달 받은 내용은 자가격리일은 8일까지고 9일 00시부터 외부 활동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A씨는 귀국일부터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검사일로부터 2주간 격리해야 했다. 
 
A씨는 "모두가 혼란스러운 상황이고, 현장 일손도 부족하다 보니 작은 실수들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활동가능 시점에 대한 안내는 분명해야 자영업자들의 경우 피해가 덜 할 수 있다"라며 "자가진단 앱 역시 공항검역소에선 복지부 앱을, 보건소에선 질병관리본부 앱을 설치하도록 안내받아 통일되지 않았다"라고 덧붙였다.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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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기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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