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원유 증산에 하락세를 이어오던 국제유가가 역사상 최대 폭으로 반등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감산 관련 트위터 영향이다.
3일(현지 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날보다 24.67%(5.01달러) 상승한 25.32달러에 장을 마쳤다. 이는 역사상 최대 상승 폭이다. WTI는 최근 장 중 20달러선이 붕괴되기도 했다.
유가 급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트위터에 사우디와 러시아의 감산 언급한 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대화한 내 친구 'MBS'와 방금 얘기했다"며 "나는 사우디가 원유 약 1000만 배럴을 감산할 것으로 예상하고 희망한다. 더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국제유가 폭락 여파로 전국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9주 연속 하락한 지난달 29일 서울의 한 주유소에서 휘발유가 1,284원, 경유가 1,094원에 판매되고 있다. 사진/뉴시스
MBS는 사우디의 모하메드 빈 살 만 왕세자를 뜻한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원유 감산이 우리 원유와 가스 업계에 좋은 신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추가 트윗에선 사우디·러시아의 감산 규모가 1500만 배럴에 이를 수도 있다며 기대를 높였다.
이에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WTI와 브렌트유 모두 상승 랠리를 보이며 장중 30%를 상회하는 상승세를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내용에 대한 사실관계가 불분명하다는 언론보도도 있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트윗에서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합의에 관련한 통화를 나눴고, 이후에 자신이 사우디와 통화했다고 말했지만,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통화가 없었다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 왕궁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빈 살만과 푸틴 간의 대화는 없었고 확정된 감산 협의도 없었다고 밝혔다. OPEC+ 회원국의 한 관계자도 "사우디와 러시아 간의 감산 협의는 아직 없고, 규모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트윗 내용이)사실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지만, 정말 사우디와 러시아가 감산에 들어간다면 국제유가는 서서히 회복될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수요 감소도 영향을 끼치는 만큼 확산세도 함께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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