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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보다 무서운 경기침체…'도미노 공포' 현실화하나
생산·소비 위축 현실화…"침체 넘어 불황 걱정"
증시 폭락·회사채 대란 우려 등 금융시장도 불안
2020-03-24 05:34:19 2020-03-24 05:34:19
[뉴스토마토 전보규 기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로나19로 세계가 문을 걸어 잠그고 소비를 비롯한 모든 경제활동이 위축돼 실물경제가 악화하는 것을 넘어 금융시장 불안과 신용경색으로 기업의 자금줄까지 막히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차그룹 등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기업의 생산기지가 잇달아 가동을 중단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하면서 유럽연합(EU)이 사실상 국경 폐쇄 조치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인적이 드문 타임 스퀘어 광장에서 한 경찰관이 7번가 도로를 건너고 있다. 뉴욕주 뉴욕시에서 확진자가 가장 많이 나오면서 시는 모든 시민의 출입을 금지하는 도시의 전면 봉쇄를 준비하기 시작했다고 현지 언론들이 보도했다. 사진/AP·뉴시스
 
기업들은 공장 가동을 멈추면서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이날부터 스마트폰 생산량의 40%가량을 차지하는 인도 노이다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과 유럽 내 공장을 멈추면서 해외 생산이 사실상 마비된 상황이다.
 
생산도 문제지만 소비심리도 크게 냉각되고 있다. 2월 전 세계 스마트폰 출하량은 618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38% 줄었다. 역대 최대 감소 폭이다. 3월에도 반등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자동차 판매량은 507만7000대로 20%가량 감소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성적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는 점에서 판매 확대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가 침체를 피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잇따른다. 모건스탠리는 22일(현지 시간) 코로나19 충격으로 올해 2분기 미국의 국내총생산(GDP)이 30%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불과 일주일 전 마이너스 4%에서 예상치를 크게 낮춘 것이다. 1분기는 마이너스 2.4%를 전망했다.
 
모건스탠리는 "3월 경제활동이 거의 정체 상태"라며 "더 많은 영역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가 늘어나고 금융상황도 악화하면서 그만큼 GDP에 부정적인 영향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올해 전 세계 경제성장률은 0.3%로 예측했다. 세계 경제분석기관의 4분의 3이 세계 경제가 이미 침체에 진입했다는 판단을 했다는 조사도 나온다.
 
이상재 유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나라와 중국에서 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했던 지난달과 유럽·미국에서 확진자가 늘어난 이달 초순 이후 세계 경제의 침체 공포는 차원이 다르다"며 "올해 세계 경제는 경기 침체를 넘어 불황을 우려해야 할 정도"라고 설명했다.
 
실물경기 침체에 대한 공포는 금융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블룸버그의 조사에 의하면 세계 증시는 최근 한달(19일, 현지시간 기준) 간 30% 가까이 하락하면서 시가총액이 3경2000조원 감소했다. 우리나라 GDP의 17배에 달하는 수치다.
 
포스코그룹 계열사인 포스코파워는 AA-로 우량한 신용등급에도 불구하고 지난 17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서 발행 목표액을 채우지 못하는 등 기업어음과 회사채 시장 등에서 신용경색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4월은 회사채 만기와 발행이 몰리는 달이라 회사채 대란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윤여삼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국내 자금 시장 불안이 확산하고 있고 실물경기 위축에 따른 정책 대응의 필요성도 높아지고 있다"며 "채권안정펀드 조성과 한국은행의 단순매입 등으로 심리가 일부 개선됐지만 2008년 한은의 대응과 비교할 때 아직 쓸 수 있는 카드는 남아있다"고 말했다.
 
전보규 기자 jbk880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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