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권 환불액만 6000억 전망"…화물기만 남은 항공사들
대한항공·아시아나 화물기 수가 여객기 추월
카드사엔 항공권 취소 대금 못 갚아
2020-03-16 06:07:17 2020-03-16 06:07:17
[뉴스토마토 최승원 기자] 코로나19 영향으로 한국 관련 입국을 제한하는 국가가 늘면서 항공사들이 사실상 여객기 날개를 접었다. 승객이 줄면서 화물기 운용 대수가 여객기를 앞지르는 사상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지난 1월 말부터 3월까지 항공사들이 지불해야 할 항공권 환불 총액이 최대 6000억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15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지난 13일 대한항공 운항편은 19편으로 화물기 20편보다 적었다. 아시아나항공도 마찬가지다. 같은 날 운용한 아시아나항공 여객기는 코로나19 사태 전보다 85% 급감한 12편이었고 화물기 운항 편수는 14편이다. 제주항공 등 일부를 제외한 저비용항공사(LCC)들은 사실상 국제선 운항을 접었다. 에어서울과 에어부산, 이스타항공은 국제 노선을 전면 중단하고 국내선으로만 버티고 있다.
 
김포국제공항이 개항 40년 이래 처음으로 국제선 이용객 0명을 기록한 12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청사에 항공기들이 멈춰서 있다.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월 말부터 2월 중순까지 3주간 발생한 항공권 환불액은 3000억원에 달한다. 이는 항공사의 핵심 국제 노선인 베트남과 일본의 입국 금지 조치가 시행되기 이전의 금액이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베트남과 일본 입국 금지 조치가 항공권 환불액에 반영되면 총 규모가 최소 2배인 6000억원에 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내 항공사의 국제선의 20%~25%가 일본에 몰려있고, 베트남도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베트남과 일본 입국 금지 조치가 반영되면 환불액 규모는 2월 말까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사실상 항공권 취소의 총량은 정해져 있고, 그 금액을 파악하는 것보다는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추가 금융 지원책을 논의 중"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항공사들의 자금난이 카드사로도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출발일보다 수개월 전에 예약하게 되는 항공권의 특성 때문에 신용카드로 결제하는 경우가 절대적으로 많은데, 항공권을 취소하는 경우 취소 대금을 항공사가 카드 업계에 지불해야 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이후 항공사들이 신용카드 업체들에 돌려주지 못한 항공권 취소 대금은 500억원이 넘는다.
 
항공권이 환불 처리되면 카드사는 결제액을 회원에게 먼저 돌려준 뒤 항공사로부터 그 금액을 받는다. 항공사는 해당 금액을 직접 반납하거나, 향후 카드 매출 대금에서 일정 금액을 빼주는 방식으로 처리하는데, 항공 노선의 80% 정도가 운항을 멈추면서 상환이 힘들어진 것이다.
 
항공권 취소가 위약금 없는 전액 환불인 점도 항공사들을 더 어렵게 하고 있다. 현재 항공사들은 코로나19로 인한 불가피한 이유가 있는 만큼 기존 3만~45만원까지 받던 위약금을 적용하지 않고 있다.
 
상황은 심각하지만 항공업계를 위한 지원책 마련은 더딘 모습이다. 항공사들은 정부와 공항공사를 상대로 무담보 대출과 항공기 주차 비용 감면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는 '검토' 단계에 머물러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항공업계에 대한) 금융 지원책을 유관 부서와 논의 중인 건 맞다"면서도 "코로나19의 영향이 전 산업에 미치는 만큼 항공업계 지원 관련해 아직 뭐라 말할 수 있는 확정 사실은 없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부는 항공업계를 돕는 방안으로 한국항공진흥공사(가칭) 설립을 고려 중이다. 지난해 12월 국토부가 발표한 '항공산업 경쟁력 강화방안'의 일환이다. 당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일본 수출규제 등의 위기에 항공업계 지원책으로 나왔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필요성에 더 무게가 실리고 있지만, 실효성 지적이 잇따르면서 '공무원 조직 늘리기'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최승원 기자 cswon81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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