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택지분양 전무…길 막힌 중견 건설사
정비사업은 대형사 장악…"주택사업 타격 우려"
2020-03-09 14:06:11 2020-03-09 14:06:11
[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중견 건설사의 서울 진출에 빨간 불이 켜졌다. 올해 서울에서 민간에 공급되는 공동주택용지가 없기 때문이다. 중견사들은 땅을 분양 받아 서울에 진출하곤 했지만 올해는 이 같은 가능성이 사라진 것이다. 서울 정비사업은 브랜드 파워가 우세한 대형 건설사가 규모를 가리지 않고 꽉 쥐고 있어 중견사가 발 들이기 어려운 상황이다. 중견사들은 서울 진출이 어려워지면 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서울은 안정적인 분양이 가능해 수익성이 양호하지만 지방은 일부 지역을 빼면 분양 경기가 좋지 않아 공사비 회수마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9일 SH서울주택도시공사에 따르면 SH는 올해 서울에서 30개 필지를 공급한다. 고덕강일지구와 세곡2, 마곡, 신내2, 위례, 은평, 항동 등에서 자족기능시설용지와 단독주택용지, 업무시설용지, 근린생활시설용지 등을 분양한다. 민간 건설사가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공동주택용지는 올해 분양계획이 없다.
 
이에 중견사의 서울 진출은 더 어려워졌다. 중견사들은 추첨제로 택지를 분양 받아 서울에 아파트를 짓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호반건설 계열사는 송파구 거여동 위례신도시에서 2개 필지를 추첨으로 공급받아 아파트를 선보인 바 있고 중흥건설도 구로구 항동지구에서 1개 필지를 확보했다. 그러나 올해는 중견사가 택지지구 공급으로 서울에 진출할 길이 막힌 것이다. 
 
택지지구 외에는 중견사가 서울에 아파트를 세울 방법이 마땅하지도 않다. 서울 진출 방법 중 하나로 정비사업장 확보가 있지만 재건축·재개발 등 사업은 대형 건설사가 꽉 쥐고 있다. 브랜드 파워가 정비사업 조합의 시공사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서울의 정비사업장에서 중견사가 명함을 내밀기는 힘들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대형사의 역량이 높아졌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이에 더해 사업 규모가 작은 가로주택정비사업이나 소규모 재건축도 대형사 진출이 활발해지고 있다. 골목상권이라며 피하던 시장에도 손을 뻗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가로주택정비사업을 수주했고 GS건설과 대림산업도 자회사를 통해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들이 서울에서 작은 규모의 사업에도 뛰어들고 있다”라며 “중견사는 서울에서 이름 알리기가 더 어려워졌다”라고 하소연했다.
 
중견사들은 서울 진출이 어려워지면 주택 사업의 수익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지방은 일부 지역을 제외하면 분양 경기가 좋지 않아 공사 비용을 회수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준공 후에도 미분양 물량이 남으면 재무 여력이 탄탄하지 못한 건설사는 기업 자체가 흔들릴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지방은 미분양 위험이 커 수익을 내기 쉽지 않다”라며 “건설사들이 서울에 진출하려는 건 양호한 수익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울 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서울 내 한 공사 현장. 사진/뉴시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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