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대형 터미널, 고밀 복합개발로 ‘환골탈태’
반포고터 ‘마지막 퍼즐’…2030년 서울 새 랜드마크 예고
노후 교통시설에서 복합도시로…수조원 사업비 조달 변수
2025-12-16 16:19:35 2025-12-16 16:57:21
[뉴스토마토 송정은·홍연 기자] 조성된 지 40년이 넘은 서울 시내 대형 여객·물류 터미널들이 대대적인 변신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 터미널들은 시설 노후화와 낮은 활용도로 인한 단절 현상으로 개발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서울 최대 규모인 반포고속터미널까지 최근 개발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주택 조성을 위한 새로운 가용지가 부족한 서울에서 이들 터미널에 대한 고밀·복합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분위기입니다.
 
반포고속터미널, 강남 핵심 입지 ‘게임체인저’
 
16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동서울터미널 △동부화물터미널 △반포고속터미널(고속버스터미널) △양재화물터미널 △서부트럭터미널 △상봉버스터미널 등 6곳이 개발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입지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곳은 서초구 반포동에 위치한 고속버스터미널입니다. 서울시는 지난달 26일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부지 복합개발과 관련해 신세계센트럴, 서울고속버스터미널과 본격적인 사전 협상에 착수했습니다.
 
계획안에는 기존 고속버스터미널을 지하로 통합하고 지상에는 최고 60층 안팎의 주상복합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이 담겼습니다. 터미널이 위치한 반포동 일대는 래미안퍼스티지, 반포센트럴자이 등 대규모 고급 아파트 단지가 밀집해 있는 강남권 핵심 주거지입니다. 이미 우수한 학군과 교통 접근성, 신세계백화점 등 상업시설을 갖춘데다 복합개발까지 본격화하면 인근 부동산 가치가 폭등할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입니다.
 
고속터미널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부동산 대책 영향으로 거래는 줄었지만 재개발 호재가 전해지면서 관심은 여전히 높다”며 “반포센트럴자이 전용 114.78㎡가 지난달 55억원에 신고가 거래된 것도 이런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터미널의 역할을 아예 포기하고 주거 단지로 거듭나는 곳도 있습니다. 바로 상봉버스터미널입니다. 1985년 문을 연 상봉버스터미널은 이용객 감소로 2023년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이후 터미널 기능을 완전히 폐지하고 최대 49층에 달하는 주거 중심의 주상복합 단지를 목표로 지난해 착공했습니다.
 
다만 다소 외곽에 위치한 입지 탓에 개발 분위기가 체감되는 단계는 아닙니다. 상봉터미널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저렴한 편이지만 최근 들어 가격이 조금씩 오르고 있다”며 “해당 부지는 주거 지역으로 내후년에 입주 예정으로 알고 있다. 다만 개발 영향이 당장 크게 체감되지는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속도는 서부·규모는 동서울…착공 후 가격상승 기대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서부트럭터미널입니다. 양천구 신정동에 위치한 서부트럭터미널은 첨단 물류 단지와 도심형 주택 997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으로 사업비는 약 1조9000억원입니다. 지난달 4일 착공해 2030년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서부트럭터미널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한동안 거래가 뜸했지만 최근 급매물이 소진되면서 가격이 다시 2021년 수준으로 회복됐다”고 전했습니다. 이어 “터미널 개발이 본격적으로 가격에 반영된 단계는 아니지만 실제 공사가 진행되면 체감도가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사업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양재화물터미널입니다. 지상 최대 58층 규모로 조성되는 이 사업은 약 7조원의 사업비가 투입될 예정입니다. 하림그룹이 시행을 맡아 첨단 물류시설과 주거·업무시설을 결합한 복합 단지를 조성한다는 계획으로 내년 착공을 목표로 인허가 절차가 진행 중입니다. 
 
양재화물터미널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양재는 이미 주거 선호도가 높은 지역이라 개발 기대감이 크다”며 “다만 사업 규모가 워낙 커 실제 착공 전까지는 관망하는 분위기도 함께 존재한다”고 전했습니다.
 
광진구 동서울터미널과 동대문구 동부화물터미널은 서울 동부권의 새로운 거점으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동서울터미널은 지하 여객터미널과 지상 상업·업무·문화시설을 결합한 복합 개발로 지상 39층 상부에는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전망대가 들어설 예정입니다.
 
동서울터미널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구의현대2단지 기준으로 가격이 많이 올랐다”며 “2호선 역세권에 터미널 개발 호재까지 더해지면서 시세 상승에 힘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입지가 중요…대규모 사업비 조달 ‘변수’
 
전문가들은 터미널 개발이 서울의 구조적 한계를 돌파하기 위한 도시개발 실험의 장이 될 것으로 평가합니다. 다만 이 역시 입지에 따라 부동산 가치는 갈릴 것으로 전망합니다. 
 
서울 반포동 고속버스터미널 모습. (사진=뉴시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은 “서울 주요 터미널 개발이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지역별로 다르다”며 “양재나 반포처럼 직주근접성과 인프라를 갖춘 지역은 시세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지만, 외곽 지역은 역세권이라도 수요에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계획 발표 단계보다는 구체적인 개발안 확정과 착공 시점에 맞춰 본격적인 가격 반응이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수조 원대 사업비 조달을 원활하게 하는 것이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송정은·홍연 기자 johnnysong@etomato.com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강영관 산업2부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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