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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목타는 관광업계 “이대론 4월 전 문 닫아”
2020-02-20 15:05:03 2020-02-20 17:07:48
[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20년 넘게 관광업하면서 정책자금 근처도 안 가본 제가 오죽하면 여기 왔겠습니까.”
 
인천, 부산, 제주 등 국내 주요 항구에 크루즈가 정박하면 이들 관광객을 내륙 인근 관광상품과 연계하는 크루즈 기항 관광업 김모 대표는 사무실이나 현장 대신 20일 서울시청 후생동 강당을 찾았다. 이 곳에선 코로나19와 관련해 큰 피해를 입은 관광업계를 대상으로 한 특별자금 지원 현장설명회가 열렸다.
 
국내외 경기에 민감한 크루즈 관련 사업을 20년 넘게 하면서 실적이 적은 적도, 많은 적도 있었지만, 김 대표는 정책자금은 커녕 어음 한 번 없이 현금 거래만 고집하며 그럭저럭 지내왔다. 하지만, 일본 해상에 정박 중인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가 결정타였다. 크루즈 입항 자체가 거의 끊기는 상황에서 코로나19가 가실 기미를 보이지 않자 자금난은 김 대표를 이 곳까지 이끌었다.
 
요 며칠 사이 영국에서 상반기에 오는 크루즈 5건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코로나19 이후에만 15건째다. 아직 15건의 계약이 남았다지만, 김 대표는 이 역시 전부 취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루즈 선사들이 중국은 물론 한국까지, 나아가 아시아 자체를 기피하는 상황에서 희망을 찾기 어려운 요즘이다.
 
김 대표는 “나 같아도 (코로나19가) 무서워서 취소하지 않겠냐”며 “당분간은 버티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가장 큰 지출은 역시 인건비다. 직원수가 3명이라지만 당장 매출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에서 이미 계약하느라 치룬 비용까지 계산하면 나갈 돈은 적지 않다. 이날 김 대표는 정책자금으로 1억5000만원을 신청했다.  
 
관광업계 대표들이 20일 서울시청 후생동 강당에서 코로나19 특별자금 지원 설명회에 참석하기 위해 열화상감지기 검사를 받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마찬가지로 마이스(MICE)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안상원 지디엠씨(GDMC) 대표도 이날 설명회를 초조하게 바라봤다. 2000년부터 20년째 마이스 업계에 있다 독립해 전시 및 행사 대행업체를 운영한 지 5년째지만 정신적 체감으론 금융위기, 싸드 이상 가는 충격이다. 외국에서 관광객을 유입하는 인바운드 특성상 중국·일본·동남아는 물론 유럽·중남미까지 먼저 코로나19때문에 기업행사, 학회, 박람회 등에 참석 자체를 꺼리니 아무리 ‘황금알을 낳는 거위’도 버텨낼 재간이 없다.
 
벌써 상반기 3건이 취소되고, 5건이 하반기로 연기됐다. 하반기로 연기되더라도 이미 올해 자금운용계획은 망가진지 오래다. 직원들 급여는 물론 나가야 할 물품대금, 임대료도 상당하다. 하반기에라도 사업을 준비하려면 대관료와 계약금 등 지출할 돈도 꽤 된다. 안 대표의 계산대로라면 외부자금 지원없이는 4월을 넘기기 어렵다.
 
안 대표는 “정부나 국가에서 인위적으로 잘못해 벌어진 일이 아니란 걸 알고 있다. 다만, 노동 탄력성만 허용해줬음 좋겠다. 직원들 유급휴가라도 주고 싶지만, 회사 입장에선 그 돈도 큰 부담이 된다. 불안을 조장하기보단 각자 행동요령을 잘 지켜 빨리 회복되기만을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김 대표나 안 대표 외에도 이날 설명회를 찾은 200여명의 심정과 사정은 다들 대동소이하다. 지난해만 해도 역대 최고의 관광객 스코어를 기록했던 관광업계는 코로나19 영향으로 관광시장 자체가 크게 위축돼 관광산업 전반에 피해를 입고 있다. 중국 아웃바운드 단체여행 95%가 취소, 인바운드 단체여행 74% 취소됐다. 마이스 행사는 대부분 취소됐으나 남은 일부도 연기됐고, 면세점 평소 대비 방문객의 90% 감소한 상태다.
 
21일까지 예정된 설명회엔 사전에 신청한 총 460여개 관광업체가 참석할 예정이다. 설명회는 신속한 자금지원을 위해 코로나19 특별자금 설명 직후 곧바로 신청서류 작성을 안내했다. 서울신용보증재단의 보증을 받으면 총 5000억원 규모의 특별자금을 연 1.5% 고정금리(업체당 5억원 이내)와 1.52~1.82%의 변동금리(업체당 7000만원 이내)로 대출 가능하다.
 
주용태 서울시 관광체육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해 피해규모가 가장 큰 관광업계에 신속한 자금 지원이 이뤄지도록 설명회를 마련했다”며 “적절한 자금 지원으로 피해업체가 다시 소생하고, 서울 관광시장이 하루빨리 이전의 활력을 되찾길 바란다”고 말했다. 
 
관광업계 대표 200여명이 20일 서울시청 후생동 강당에서 코로나19 특별자금 지원 설명회를 듣고 있다. 사진/박용준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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