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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 차질에 소비심리 위축…‘엎친데 덮친’ 차업계
현대·기아차 매출손실 1조 넘어…자동차 수요 감소에 악재 겹쳐
2020-02-11 04:57:20 2020-02-11 04:57:20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여파로 일부 자동차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며 생산에 차질을 빚고 있다. 여기에 소비심리마저 위축될 조짐을 보이면서 자동차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공장가동 중단 방침을 발표했던 쌍용차는 오는 13일 가동을 재개한다. 현대차도 11일 울산2공장을 시작으로 12일부터 모든 라인을 정상 가동 할 예정이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1일부터 14일 휴업을 한 후 17일부터 생산을 재개한다. 
 
중국 당국은 이번 코로나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당초 지난달 30일이었던 춘절 연휴를 9일까지 연장했다. 중국 당국이 연휴 기간을 더 이상 늘리지 않으면서 중국 공장은 10일부터 생산 재개를 시작했다. 하지만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 수급 문제로 공장 가동을 멈췄던 업체들은 상당한 규모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정된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까지 현대차는 약 3만대, 기아차는 약 7000대 정도 생산손실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양사의 매출손실은 각각 9000억원, 2100억원, 영업손실은 1500억원, 400억원 수준으로 추정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차는 일부 라인이 4일부터 휴업을 했지만 인기 모델인 GV80, 팰리세이드, 그랜저 등이 생산되고 있는 울산2공장, 울산4공장, 아산공장 등은 생산 중단을 7일부터 실시했다”면서 “이에 따라 생산차질 규모 대비 영업손실은 상당 부분 최소화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쌍용차는 4일부터 12일까지 7영업일 간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쌍용차가 지난해 10만7789대를 생산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생산차질 대수는 2100대, 금액으로는 400억~500억원 정도다. 
 
이번 코로나 사태로 자동차 업계는 생산 차질에 소비심리 위축이라는 이중고를 맞게 될 것으로 우려된다. 현대차 울산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다만 코로나 사태가 아직 확실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향후 휴업의 가능성이 남아있다는 지적도 있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0일부터 중국 공장이 가동된다고 하지만 예전 수준으로 회복될지는 의문”이라면서 “춘절 연휴기간 공장을 떠났던 직원 중 일부는 복귀하지 않을 수 있어 정상궤도로 오르기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현 상황을 낙관적으로 본다면 코로나 사태로 인한 피해는 1분기 안으로 해결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상반기까지 지속될 수 있다”면서 “중국 자동차 시장의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각각 65만대, 30만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각각 17.7%, 17.1%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올해 현대차는 73만대, 기아차는 36만대의 목표를 설정했지만 중국 시장 분위기를 고려하면 쉽지 않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번 코로나 사태가 국내 자동차 소비심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국내 자동차 생산대수는 2015년 456만대를 기점으로 2018년 402만대, 2019년에는 395만대로 400만대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완성차 업체들의 내수 실적을 봐도 현대차만 신차 효과에 힘입어 2.9% 상승했을 뿐 기아차(-2.2%), 쌍용차(-1.2%), 르노삼성(-3.9%), 한국지엠(-18.1%)은 감소세를 보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 9일 발표한 ‘경제동향 2월호’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경기 부진이 완화되고 있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해 경기 회복을 제약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번 사태의 여파에 대해 예상하지 어렵지만 향후 경기에 대한 어느 정도의 부정적인 영향은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점차 차를 공유하거나 빌리는 추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자동차 수요가 감소하는 가운데 이번 사태의 영향으로 소비심리마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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